2014/03/25

지금의 스트레스는 분명 내가 쓸 다음 논문을 위한 훌륭한 수업이다.

2주 전부터 스트레스가 이어지다보니, 피곤함이 누적되어가는 모양이다.
작년부터 준비하던 두 편의 논문이 있다.
순서대로 따지자면, 하나를 마무리 한 후, 다른 것을 준비한 것인데,
공교롭게도 마지막 투고를 앞두고 두 편의 논문이 함께 마무리가 되어가는 거였다.

특히나, 하나는 투고가 금성특별이슈로 나가는 것이다보니, 저번주까지 마무리해야한다는 (이번주로 연장) 시간제한이 있었고,
또 다른 하나는 내 개인적인 시각에서 최대한 빨리 발표를 해야 발효가 되는 내용이였다. - '발견'은 시간차 공격(?)에 따른 것이니까...

그러다보니, 두 편의 논문 하나도 놓치지 않고 최대한 빨리마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2주를 휙-보내버린 듯 싶어지는 것이였다.
허나 스트레스에 약한 내 정신 상태는 어제, 결국, 폭발해서 우울증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였다.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듯 싶은 영어 교정은 그냥 내 컴퓨터를 던져버리고 싶게 만들었다.
가장 괴리감을 느낀 것은, 내가 제1저자인 논문인데도, 동사 'is'를 'was'로 정정한 공저자의 교정을 바꾸는 것이 옳은지 아닌지도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였다 (나는 현재형으로 모두 서술했는데, 공저자-나보다 물론 영어를 잘하는 사람-가 부분부분 과거형으로 정정한 거였다. 악! 나는 왜 그렇게 한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해도해도 끝나지 않는, 같은 내용을 그림을 새롭게 그리기- (공저자들의 조언에 따라)
같은 반복 작업은 지겨움으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빨리 마무리 짓고, 새로운 것이 하고 싶어! 라는......
성급함이 내 스트레스를 더 자극하는 것이였다.

나는 어제 내 논리적 사고 부족함과 영작의 한계에 부딪히면서,
'과학자는 내 적성에 안맞는가보다'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해도해도 모르겠어! (영작)
라는 이유로.

왜 내가 준비하는 논문은 끝날생각을 안하는거야! (논리적인 전개에 대한 반박을 들으며)
라는 푸념으로.

나도 논문 빨리빨리 여러편 내고 싶다고~!!
라는 욕심으로 가득한 하소연인 셈이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논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본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내가 함께 일한 사람도 나의 지도교수님 혹은 지도박사님이란 제한된 사람들에 불과했다.

논문을 내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논문의 질을 높여서 (내용이든, 영작이든) 써내는 것을 주도적으로 해나가는,
지금의 고달픈 과정이 내 장래의 논문 작성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는데에는 오늘 아침 반나절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 고생이 아니라,
오류에 따라 경험치를 늘리는 배우는 과정을 거치는 셈이구나!
내가 이 과정을 거치면서
다른 사람들의 내 논문에 대한 시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로구나!

논문을 내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과연 내 논문을 읽을 것인가-를 염려해야 한다.
그것이 논문으로 '발표'하는 기본 의미가 아니던가.

나는 과정은 무시한 채, 논문수에만 연연하며 지금 안달복달하는 풋내기 짓을 하고 있었다.

지금의 과정, 오류, 반복들을 꼭 기억해두고,
다음의 논문 작성을 위한 경험으로 꼭 활용해야 한다고 자세를 바꿔본다.
지금의 논문의 그림들을 다시금 하나씩 그려보고, 공저자들 혹은 논문을 읽을 또다른 학자들의 입장에서 과연 내 서술이 논리적일지를 한 걸을 떨어져서 보는 능력을 키워보는 거다.
내 영어는 사실 뚜렷한 방도가 없다- 다만 열심히 영문을 읽고 차분히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분석해서 기억해나가보는 거다.

지금의 논문 두 편, 분명 하나는 내일 마칠 수 있고,
또다른 하나는 다음 주면 마칠 수 있다.


댓글 8개:

  1. 힘내라! 난 너의 그 모습도 부럽다. 열심히 해서 빨리 박사를 받고 싶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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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너 잘 마칠꺼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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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안녕 연주야.
    나 정훈 오빠다. 역시 연구하는 사람 입장으로 그동안 네 블로그를 잘 보고 (=눈팅) 또 공감하고 있다가 오늘 너의 논문 관련 글은 너무나도 공감이 되어서 도저히 덧글을 달지 않고 지나칠 수가 없어 덧글을 달아.
    정말 오랜만에 덧글을 달아 네가 조금 놀랄수도 있겠다..ㅎㅎ

    확실히 논문이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 네가 말한대로 다른 사람들의 내 논문에 대한 시선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는게 중요한 것 같아.
    내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WRF 수치 모델을 이용해서 허리케인 샌디 (Sandy)을 연구하는 것인데 실은 나도 이번 학기부터 논문을 쓰고 있어. 그런데 나 같은 경우는 지도교수님이 논문 리뷰어 (reviwer)처럼 행동하는 방식으로 논문 지도를 하시고 있어. 즉, 교수님께서 나의 논리 전개, 자료 분석에 대해서 때로는 의문, 반박, 공격을 하면 내가 방어 (defense)하는 형식으로 연구를 진행해야 했어. 물론 내 논리적인 전개나 자료 분석에 대해 부족한 점이 있으면 교수님께서 지적하고 이런 점은 보충하라고 말씀은 하시지. 네 글을 읽어보니 내 지도교수님이 왜 논문 리뷰어처럼 행동 하면서 연구 지도를 하는지 이해가 되는 것 같아. 내가 내 논문을 투고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의 논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를 내 지도교수님께서는 내가 논문을 쓰는 단계에서 미리 경험하게 해주시는거지. 물론 학생 입장에서는 정말 고되지…ㅜㅜ

    그리고 맨날 그림 새롭게 그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고. 교수님께서 그림 그려오면 계속 이렇게 저렇게 수정하라고 말씀하셔..;;

    암튼 일본에서의 박사후 연구원 생활을 잘 하길 바라며 논문도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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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왓. 이렇게 댓글들이 여럿 달렸을 줄이야...!
      한동안 블로그에 신경을 못쓰고 있었거든요.
      논문 하나 겨우 투고 하고.. 이제 다른 논문에 매달리는 중인데, 다음주가 다음달이 되게 생겼어요. 흑.. 신나서 하다가 지금은 끝없는 나락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_-;;; 에고. 뭐가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인지, 이전에는 생각치도 못한 것들이 계속 나타나네요. 그래서 '전문가'가 생기는 모양이예요.

      일본에서의 포닥 지난 1년 반의 시간동안 너무 다른 분야들(복사모델, 관측이미지 분석, 거기에 중규모 유체역학 모델까지;)을 여러가지 하다보니, 여러가지 하는 장점만큼, 어렵다는 것을 통감하고 있어요.
      -_- 그래서 사람들이 '협력'을 하는 걸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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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리뷰어가 생각한 의견을 받아들이는 것.
      심지어는 공저자의 이견을 수긍해서 반영하는 것...
      다른 의견들이 처음 저에게는 '공격'처럼 느껴지곤 할 때가 많아서 심적으로 힘들어지더라구요.
      '공격'이 아니라, 다른 의견으로서 받아들어야 하는 건데-
      그것을 못하고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나중에는 흥분해서 설명하고,
      좀 가라앉고 나서야, '아, 그것이 분명하지 않아서 그런것이였구나-'라고 깨닫는 바보같은 짓도 많이 하고 있어요. -_-
      이런 것을 잘 해야 협력연구도 잘 해볼 수 있는 걸텐데 말이예요...

      오빠도 꼭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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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비밥님, 힘들어 보이는데- 근데 또 한편으로는 '길게' 성장하고 계시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저도 다르지만 또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어요. 연구자의 길은- 연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고통과 희열이 공존하는 길인 것 같습니다. 저도 매일 너무 힘든데 이상하게 특별하게 힘든 하루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묵직해지거든요. 한걸음 떨어져서 연구의 논리, 방법, 서술 그리고 연구 속의 자신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정말 동감합니다. 계속 한걸음 한걸음 디디고 나가시기를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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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묘하게 묵직해지는 마음이라는 표현이 이렇게 마음에 들 수 없네요!
      저도 그럴때가 많아요.
      끝을 낸 뒤, 시원한 것이 아니라, 뭐랄까.... 책임감을 느끼는 것일지, 아니면 좀 더 차분해질 시간이 필요한 것일지 잘 구분되지 않는 묘한 이상한 기분이 들 때가 종종 있었던 것 같네요.
      저는 나이가 들 수록, 내가 왜 이러한 기분을 느끼는 것인가-에 대한 분석을 하곤 하게 되더라고요..^^;

      전에는 알지 못하던 것들을 지금은 아는 것이니까, 경험치가 늘어나는 것과 자신의 일에 대한 기대치의 조절만큼은 좋아져 가는 것이겠죠?^^; 요즘은 사실 어떻게 해야 협력연구도 잘 해야나가는 것인지를 배워나가야 할 것 같아요. 토론방법을 잘 몰라서 위와 같은 문제가 생기는 것 같거든요. 상록수님의 연구도 꼭 잘 되어 나가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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