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14

음악 영화에서 광기를 보다...! - The Whiplash (스포)

맙소사. 액션영화에서도 이렇게 강렬한 긴장감을 느끼긴 힘들 것 같다. 영화는 쉬지않고 주인공인 앤드류를 마구 후려치는 듯 싶다.

'대가大家'가 되기 위해 네가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느냐?
어떤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을 자신이 있느냐?
라고 쉬지 않고 대답을 재촉한다.

자기자신...?
연인...?
심지어는 가족까지...
하나씩 가지를 쳐내듯, 포기하며 앤드류는 자신이 열망하는 '대가'에 다가간다.

영화가 보여주는 음악가의 길이 정말 실제로 있을만한 일인지 아닌지는 음악 문외한인 나로서는 전혀 짐작가지 않는다.

다만, 영화는 처절하게 보여줄 뿐이다 - 기록에 남을만큼 비범한 재즈연주자가 되기를, 혹은 만들어내기를 꿈꾸는 앤드류와 플래쳐가 얼마나 가혹한지.
멋진 리듬이다! 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올 정도로 음향효과는 그 때문에 더욱 관객의 마음이 휘몰아치게 만든다. 저 리듬을 만들기 위해, 연주자는 저렇게까지 자신을 몰아치며 연습을 한 것임을 영상으로 보여주니 말이다.

처음 단순하게 보았을 때에는 영화에서 보여지는 갈등은 크게 한 가지인 듯 보여졌었다.
19세, 희망에 가득차있던 어린 앤드류와 그의 음악선생인 플래쳐 사이의 갈등말이다. 플래쳐의 터무니없는 호통들이 전혀 현실감없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러나 영화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사실 영화 중심부에 놓여있는 갈등은 앤드류 본인의 내적인 갈등이란 점이다. 최고가 되고 싶은 열망을 갖고 있었고, 완벽을 위해 자신을 던져버릴 수 있는 앤드류였기 때문이다. 앤드류는 자신이 지양하는 바를 위해, 자신이 먼저 고백한 여인을 차버리고, 교통사고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대회장을 달려간다. 자신이 획득한 것이고, 자신이 노력한 것음을 보여내고 싶은 열망에 휩싸여가는 것이다! 그러나 플래쳐는 그것을 번번히 꺽어버린다. 마치, 그것이 다가 아니야! 이 멍청아! 네가 보여줄 수 있는 것 그 이상의 "광기"를 보여봐라!라고 하는 것 같다.

어쩌면 플래쳐는 마치 한 인물이 아니라, 앤드류가 겪을 수 있는 모든 사회적인 장애물의 응축물 같기도 하다. 언제든, 네 대역은 존재한다는 듯, 바로 다른 드러머를 데려오고, 일부러 편하게 가족사를 물어보곤 그 약점을 두고두고 악담에 사용한다. 개인적인 이유는 어떻든 상관하지 않는다. 대회장의 활약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가차없이 잘라버리는 것이다. 그는 선생이 아니라, 바로 앤드류가 겪게 되는 '사회' 자체처럼 보여진다. 영화의 클라이막스는 바로 마지막 연주회에서 전혀 상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타난다. 플래쳐, 그는 앤드류에게 일부러 다른 곡을 알려주곤, 앤드류가 처철하게 공연을 망치게 만드는 것이였다! 부드럽게 꼬득이던 얼굴은 이미 사라져버렸다. 무대위에서 홀로 (빅밴드지만, 다른 연주자들이 앤드류를 공연중에 도와줄 수 없는 일이다) 단 몇 분 만에 관객들 앞에서 무너지게 만든다. 앤드류의 멘탈도 인간인지라- 그는 무대를 떠나 아버지의 품에 안겨버리지만, 음악의 광기가 그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는 곧바로 아버지의 품을 떠나서 자신에게 그토록 악의적인 창피를 안겨준 플래쳐가 서있는 무대의 드럼에 돌아가 플래쳐의 사인없이 자신의 '엄청나게 좋은 연주'하나로 빅밴드 전체를 리드해버린다. "I'll kill you"라며 플래쳐를 도리어 내치는 앤드류. 드디어 영화는 자신의 광기를 발산해낼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는 앤드류를 보여준다. 영화는 이것이 플래쳐가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대답하지는 않지만, 내가 보는 플래쳐는, 다분히 앤드류에 대한 시험을 낸 것이나 마찬가지 였던 것 같다. 여기서 네가 포기하면- 너는 쓰레기다. 나에게 네가 대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봐!라는 듯 하니까. 프래쳐가 마침내 앤드류의 연주에 대답하는 듯한 제스쳐와 표정을 보여주는 것은, 앤드류가 그가 생각한 연주자가 될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 싶어진다. 플래쳐는 그가 "지도"할 연주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남을 연주를 할 수 있는 광기어린 연주자를 찾고 있었으니.....

과연 앤드류의 삶이 행복할까-에 대해서는 다분 많은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앤드류의 미래가 어떨지는 전혀 알 수 없으니까. 플래쳐의 인정은 곧 더 많은 시험을 의미할지도 모르고, 많은 대가들이 그렇듯, 그의 앨범은 남겠지만, 개인사는 불행할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것을 앤드류가 마다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앤드류의 아버지가 보여주던 표정도 의미심장하다. 감탄이 아니라-, 탄식을 하는 듯한 그 표정은 앤드류의 광기를 아버지도 느낄 수 있는 정도에 다다르고 말았음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음악이 더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괴로움'이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광기.
더불어서, 보여내고자 하는 열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대가가 되기 위한 광기말이다.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