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눈커풀을 뜨며 오늘은 짜증이 울컥 솟아오른다.
왜 굳이 삿포로까지 가서 반나절 회의를 하고 와야 하는 건지.
의미를 알지 못하는 팀 회식에 참여해야 하는 건지.
피곤을 무릅쓰고 왜 내가 일을 함께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사람을 만나러 가야 하는건지.
내가 참여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계획을 이야기하는 것에 왜 굳이 내가 참여하고 있는 건지.
이 짜증에 대해 늦은 아침식사를 하며, 그리고 이 글을 적으며 생각을 해본다.
나는 내가 왜 짜증을 내는 것인지 알지 못하는 듯 싶다.
나는 지금 당장
무엇이 할 만 한 것이고,
무엇이 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 헷갈려 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이자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열심히 하면, 팀원이라고 생각하며 노력하면, 언젠가 팀에 합류 될 것이라고 믿었오며 일하던 때.
팀 리더의 발언을 들었다. 내가 주요 팀원에 속하지 않는다는 - !
그 말은 큰 상처가 되었고, 일본에 내 미래는 없으니, 일본을 떠나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후에, 팀 리더는 정정하긴 했지만, 이미 그의 생각을 들어버렸으니..)
그렇게 마음을 먹고 이제 떠날 준비를 하려고 하니까,
기기 팀이나 다른 팀원들에서는 내가 주요 팀원으로 대해지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에 대해 내가 느끼는 것은 아쉬움인지 안도감인지, 정체불명의 기분이다.
나는 단칼에 말 할 수 있다.
"일본에서의 생활은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5년이라는 시간을 내가 여기서 보낸 것은 나의 미래를 위해서였다.
내가 포기하고 여기서 일하는만큼, 나는 그에 대한 보상이 있을 꺼라고 믿었던 듯 싶다.
그래서 기꺼이 일했고, 새로운 것을 익혀나갔다. 그런데 그만한 보상이 없는 것 같다는 깨닳음은 사실 팀과 관련된 일들에 흥미를 급속도로 잃게 만들었다.
아니, 이거...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는데...?!?!
석사과정동안, 왕복 1시간 30분을 들여 '대기화학'수업을 들으러 다니던 때가 있었다. 당시 내가 풀고 싶어하는 문제 때문에 들었던 학점교류가 가능한 다른 대학의 수업이였다. 풀고 싶다는 의지 덕분에 그 수업에 흠취해서 당담교수님을 놀래킬 정도로 좋은 중간고사 성적을 받았었다. 그러나 중간고사 이후, 나는 연구주제를 다른 것으로 바꾸었고, 대기화학은 나에게 필요없는 과목이 되어버렸다. 관심은 급격히 사라져서, 나는 기말고사 공부는 커녕, 시험결과를 확인하러 가지도 않았었다 (? 기억도 안난다).
그 당시에는 '시간 아낀다'는 속시원함을 느꼈는데, 그 후, 나는... 아쉬움으로 그 기억을 떠올린다.
나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었던 과목을, 관심이 없다는 이유로 그냥 흘려버렸던 것이었고, 마지막 마무리를 잘 못했다는 아쉬움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갖고 있는 것이다.
아하!
더이상 일본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고 해도, 마지막을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면,
나는 분명히 남은 인생을 아쉬워 할 것이 분명하다.
나를 생각해보건데,
짜증나는 이유는 '필요가 없는데 일해야만 한다는 기분'때문일 것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로인해 마무리를 잘못하면, 나는 평생 아쉬워할 기억을 하나 추가하는 셈이 될 것이다.
내가 기쁘할 것이 무엇인지- 그것 역시 분명히 안다.
- 나를 팀원으로 생각하는 소수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고 싶다.
- 내가 하던 일을 잘 마치고 싶다.
- 여기서의 이들을 나중에 우연히 만나면, 부끄러움없이 반갑게 인사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 이순간 짜증에 꾸겨져 있을 시간이 없다.
진행해서,
마무리하고,
그리고 홀가분하게- 미련없이 떠나는 거다.
2017년 목표가 새롭게 정정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