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2

Hurt Locker (2008, USA)

오랜만에 괜찮은 영화를 보았다.
혼란스러운 바그다드에 파병된 폭탄제거 전문병사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보여준다.
 하루하루,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병사의 삶이 보여진다.
어제 웃으며 이야기하던 전우가 오늘 폭탄테러에 사라지기도 한다.
극도의 스트레스에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들이 담담히 영화 속에서 흘러간다.

그러한 병사가 가족이 있음에서는 한 번 더 놀라게 된다.미국이 아닌 이라크가 전쟁터이기에
미국의 집은 안전하고, 먹거리도 풍족하다. (씨리얼 매장대를 오랜 시간 보여주는 씬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그는 직업때문에...
언제 죽을 지 모르는데도, 전쟁터로 복귀한다.

왜 저 병사는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바그다드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일 년을 채워야 하는 가!

미국병사의 이야기니, 영화는 미국인의 시각에서 그려진다.
왜 전쟁이 일어났고, 왜 파병되어야 했고, 왜 테러리스트들이 자국인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미군에 대항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질문도 대답도 없다.
헌데, 영화는 무척 사실감있게 현지 병사의 삶을 보여주는 듯 싶다.
어쩌면, 이 영화는, 미국의 병사들이 왜 이라크에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관객 스스로 갖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Children Who Chase Lost Voices (2011, 일본 애니메이션)

미지의 세계로 떠날 때,
꼭 이유가 필요할까?
어쩌면 큰 이유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거기 길이 있고, 그 길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떠나게 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른다.
한 아이가, 그렇게, 목숨을 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무심결에 보게 된 것이였는데,
뭔가 여운을 남겼다.
설정 아이디어들도 꽤 인상깊다.

숨겨진 지하의 다른 차원.
그리고 뜻하지않게 목숨을 거는 일들에 처하기도 한다.
본인 스스로도 의문을 갖는다.
'나는 왜 여기에 왔지?'
...
... 아!
나는 외로웠구나!.....

외로웠던 아이는 할 수있는 최선을 하는 것으로 외로움의 극복하고,
죽어버린 사랑하는 여인을 되살리려던 어떤 이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으면서야, 집착을 버린다.
부족의 명령에 따르며 살아가는 한 아이는 그것에 반기를 들 줄 알게 되면서 살아가게 되니,
다양한 삶의 대응법들을 담아내고 싶어한 듯 싶다.

참고로, 지하세계라는 생각보다는, 그저 다른 차원의 세계라고 생각하면 감상이 더 수월해질 듯 싶다. 지하인데, 오로라가 보인다는 설정은... 좀..... ;;;;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면 지브리와 TV시리즈만 알던 나에게 다른 제작사의 애니메이션도 알게 해준 것에도 의미가 있는 애니메이션)

루퍼 (Looper) - 모순된 타임슬립 영화

높은 평점에 기대를 갖고 봤던 것 때문일까?
영화속의 모순에 의문만 잔뜩 갖게 된 것 같다. (스포)

루퍼란, 새로운 킬러의 이름으로 30년 미래에서 보내진 자를 즉결처분하는 일을 한다.
죽여져야 하는 이는 포박되어 머리에는 흰 두건을 씌웠기에 누군지 알 수 없다. 다만, 보내지는 시간만이 정해져있다. 30년 후, 발전된 과학으로 인해 미제살해사건이 존재할 수 없게 되자, 범죄조직은 이러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처분하기에 이르른다. 루퍼의 계약해지는 자기자신을 죽이는 것인데, 모르고 죽이겠지만, 그것이 자신일 경우, 금괴가 따라온다. 30년 간, 시한부 인생을 풍족히 살만큼의 돈이 주어지는 것이다. 별다른 꿈없이 흥청망청 살고자 하는 이에게라면 꽤 달콤하게 들릴만한 조건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기본 전제를 정면으로 모순되게 만드는데,
바로 미래의 조의 상황이 그러하다. 조는 루퍼의 계약 해지 후 (미래에서 보내진 자신을 청부살해), 중국에서 살면서 번 돈은 마약으로 다 날리고 범죄조직에 빠져버린다. 오랜 세월동안의 의미없는 삶에 한 여인이 나타나고, 그 여인을 사랑하고 가정을 만듦으로서 삶이 의미를 갖게 된다. 그러나, 루퍼를 없애고자 하는 레인메이커일당에게 잡히는 동안... 부인이 살해당한다! (어랏)

다른 모순들도 다수등장한다.
루퍼를 없애고자 하는 레인메이커일당은 부인처럼 조도 죽일 수 있으면서, 조를 굳이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고 열심히 타임캡슐까지 데려와 금괴까지 달아준다.
레인메이커라는 보이지 않는 테러리스트는 루퍼에게 어머니를 살해당한 복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복수를 위해 루퍼들을 과거로 보내며, 친절히 금괴들을 달아서 보내주는 모양이다.

영화 막바지에서는, 조는 자신의 현재에 와있는 미래의 자신이 레인메이커의 어머니를 죽이면서 레인메이커가 복수심에 불타 테러리스트가 된다고 판단하고 자살을 하지만, 이는 참 아이러니 중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조가 레인메이커의 어머니를 죽이지 않았던 미래에서 레인메이커가 존재한다는 것은, 이러니저러니해도 레인메이커는 (다른  루퍼에게 어머니를 희생당해서?) 테러리스트가 되다는 것 아닌가.

30년 미래의 조가 현재 조의 일에 간섭하면서 조는 더이상 중국에 갈 일이 없어졌을 텐데 (흥청망청할 돈이 없으니), 어떻게 여전히 미래의 부인을 만나는 기억에 변함이 없을 수 있을까?
과거의 내가 갖게 되는 상흔은 바로 남으나, 기억을 바로 바뀌지 않는 위대한 영화적 장치가 아닐지 (새로운 기억들이 더해지는 것은 묘사된다).

사실, 연기력과 모티브는 매우 좋은 영화다.
만약 미래의 조가 삶에 집착하는 것을 굳이 부인살해때문이 아니라, 부인에게 닥치던 위기의 순간을 보기만 할 뿐 (일관성을 지키기위해 부인도 과거로 보내는 설정), 어떻게 되는지 알지 못 한 채로 과거로 보내져버렸던 것이라면.. 좀 더 낫지 않았을까?
굳이 초능력자 레인메이커를 넣은 이유가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영화가 미래의 비주얼에 참신함을 넣지 못하곤, 초능력을 넣어 영화적인 특수효과를 만들려고 한 듯 싶다. 2044년, 2074년의 미래들이건만, 현재와 너무 똑같아서 투박할 정도다. 투명한 티비, 공중부양 오토바이, 드론형 물주는 기계, 눈에 넣는 마약을 제외하곤. 식당 종업원, 클럽, 자동차, 총, 지도, 도끼, 집 구조, 장난감, 주방... 살아가는 환경은 많이 안좋아진 듯 싶다만.

충격적인 특수효과라면, 조의 친구가 사지를 잘라지는 동안, 그 친구의 30년 미래의 모습이 아무런 아픔도 없이 하나씩 사라져가는 모습을 그려낸 것이라 할 수 있겠구나...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