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은 있었어도 위성자료로 바쁘고, 한편으로는 해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막연한 벽이 존재했기 때문이였다.
그렇지만 관심은 있었기에 지상관측을 하는 동료에게 가끔 넌지시 '이런건 어때?'라며 이야기하곤 했는데,
어느날 그 동료가 '그럼 네가 이번 관측 프로포절 써볼래? 내가 도와줄께'라는 것이 아닌가! (사실, 단순히 그것만은 아니였다. 누가 이런 귀찮은 일을 담당하고 싶겠는가! 사실 당시 그 동료는, 난 너무 바빠서 쓸 수가 없으니, 누군가 써줬으면 좋겠어라는 것도 넌지시 의중을 비추었었다.)
와!
나는 기회다 싶어서 바로 '응응! 내가 쓸께. 도와만 줘!'라고 했지.
그리고 그 뒤에 처음 써보는 지산관측 프로프절에 2-3주를 보냈다.
(하필 프로포절 마감일이 내 생일이라, 생일날 나는 마지막 확인과 두근거리는 마음에 계속 일해야 했다만)
몇 개월 뒤, 관측허가가 났다는 소식에 기쁘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나는... 이번 달 4145m 고도의 마우나케아(하와이의 가장 높은 산)의 3m 망원경을 쓰러 다녀왔다.
적외선 망원경으로는 지상 망원경들 중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망원경인 IRTF를 쓰러!
<관측 연구자들이 머무는 약 2600m 고도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낮)>
<관측 연구자들이 머무는 약 2600m 고도에서 볼 수 있는 풍경 (해질녁)>
<관측 연구자들이 머무는 약 2600m 고도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밤).
저 별들이 보이는지?>
저 별들이 보이는지?>
<관측 연구자들이 머무는 약 2600m 고도에서 볼 수 있는 풍경 (밤하늘)
내가 가진 카메라로는 처음으로 별 사진을 찍었다.
오리온의 삼태성과 자그마한 오리온대성운이 사진 중앙즈음 위치해 있다.
이런 사진이 그냥 찍히는 곳이라니!
다음에 올 때는 광각렌즈를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내가 가진 카메라로는 처음으로 별 사진을 찍었다.
오리온의 삼태성과 자그마한 오리온대성운이 사진 중앙즈음 위치해 있다.
이런 사진이 그냥 찍히는 곳이라니!
다음에 올 때는 광각렌즈를 사가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
마우나케아에서 가장 날씨가 안좋다는 1월이였건만,
6일의 관측 기간 내내 날씨는 청청 맑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다. 하늘의 도움이 아닐지.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관측을 무사히 마친 것은 팀웍 덕분이였다.
지금껏 연구인생 모두 혼자 일하는 것이였는데,
지상관측은 사람대 사람으로 일하는 것이였다.
처음 관측을 하기에 기존의 경험자들의 이야기들을 들어서 관측 계획을 짜야했고,
처음 기기를 다루기에 관측소의 천문학자의 기기 다루기 수업을 들어야했고, 각종 버튼들을 숙지해야했다.
그리고 동료들은 내가 잊는 것은 없는지 끊임없이 조언을 해줬고 관측기록을 남겨주었다.
대형 망원경을 조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기에 나는 재차 이런저런 요구를 했고, 그는 내가 말한대로 망원경을 조정해줬다.
뭔가 내가 원하는 대로 관측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어찌나 스릴감 넘치던지. '관측'자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해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캬....
이렇게 관측을 하면서 알게된 것은 전반적인 '팀플레이'다. 그리고 관측을 해본적도 없고, 기존에 참여해 본 적도 없는 내가 한 관측을 리드하다보니 어찌나 신경이 많이 쓰이던지....!
얻은 자료에 대해 내가 주인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기쁘기도 한데,관측을 도운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논문으로 갚아야 한다는 책임감도 들게 된다.
인생, 정말 배움의 연속이구나.
<마우나케아 정상. 4145m 고도. Keck 관측소. 내가 관측한 곳의 바로 옆에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큰 10m 망원경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10m 망원경이다>
<내가 관측을 진행한 IRTF>
<마주보이던 영국의 3.8m 망원경, UKIRT.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적외선 망원경.>
<해면고도에서 보이는 산 정상 풍경>
<해면고도에서 보이는 전체 마우나케아 모습.
눈쌓인 산정상과 대조적으로 해면고도는 여름이다.>
눈쌓인 산정상과 대조적으로 해면고도는 여름이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있던 나의 첫 관측은 어제 무사히 마감했다.
그리고 다음의 관측 프로포절이 허가가 낫기에 2월에는 9일의 금성관측을 하러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