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시간이 지날수록 녹록치 않은 부분들이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지만...
의외로 감탄을 하게되는 일들도 생겨나게 되는 모양이다.
몇 가지 에피소드들을 적어보자면...
#1. 우주과학에 대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일본에서는 다양한 태양계 과학 위성과 로켓들을 발사하고 상용화했다. 달 탐사선은 옛날에 이미 있었고, 소행성 탐사선, 태양탐사선, 다른 행성의 자기장 탐사 위성, 등- 아무래도 그 수를 헤아리려면 정확히 위키피디아나 JAXA사이트라도 섭렵을 해야할 지경이다.
하지만 모든 로켓/위성 미션들이 그러하듯- '실패'의 위험은 매우 큰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2년 전, 금성탐사선은 모든 발사과정과 비행과정이 완벽했음에도 불구하고, 약 몇 분간의 엔진 오작동으로인해 금성궤도를 이탈하고 말았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나로호 실패로 어마어마한 비난이 밀물처럼 밀려들었는데....
일본에서 금성탐사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매우 놀라운 것이였다.
첫 위성임무 실패의 소식에 사람들은 JAXA 사람들을 응원하기위해 금성탐사선 종이접기를 보내기 시작했고, 여기의 연구소 한켠에는 사람들이 보내온 종이접기가 수천개는 모빌형태로 정리되어 걸려있다. 현재 금성탐사선은 태양근처의 궤도를 돌다가 2년 뒤, 다시 금성궤도 진입의 마지막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마지막 시도의 성공을 위해 사람들은 꾸준히 트위터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매 주 금성탐사선 팀원들이 소식을 보낸다고), 각종 기념일에는 초콜릿이며 과자를 보내 응원을 하고 있다.
이것은 아무래도 작은 한 부분에 불과하다.
내가 있는 연구소의 1층에 작은 규모의 전시공간이 있는데,
각종 위성의 모형들이 전시되어 일본의 우주탐사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작은 곳에 과연 사람들이 많이 올까- 싶었던 나의 첫인상은 곧 무색해져 버렸는데,
항상... 이 작은 공간에는 일반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다. 평일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심지어는 양로원까지 단체관광객들이 방문을 하고, 주말이면 가족단위로 아이들과 함께 부모들이 여기를 방문하는 것이다.
이런 지속적인 관심이 아무래도 꾸준히 일본에서 우주과학 지원을 이뤄가는 원동력이 아닐까?
#2. 대단한 고객 서비스
일본의 고객 서비스는 어린시절부터 왕왕 들었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시 서비스가 워낙 좋다보니,
처음에는 일본이든, 한국이든, 그다지 큰 구별이 가지는 않았다.
헌데, 결정적인 일이 바로 얼마전에 있었다.
중고가구점에서 산 세탁기가 사용한지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고장이 난 것이였다.
6개월의 보증기간이 있어서 그 사이에 고장이 나면, 제품을 '교환'해주는 곳이였기에, 그곳에 연락을 하고, 직원의 방문을 기다리며, 영수증을 한 참 찾는데.....
아아아아아니니잇. 그렇게 영수증들을 잘 모아놓는 나임에도 불구하고, 세탁기 영수증은 눈씻고도 못찾겠는게 아닌가!
나는 집과 연구실을 모두 살펴봤지만 허사였고, 결국 중고가구점에 영수증을 잃어버렸다고 연락을 했다.
그런데, 놀라운 답변이 돌아왔다.
작디작은 그 중고가게점에서는 이미 내 구매기록을 다 보유하고 있었는지, "XXX상표 제품이 구매되어 보증기간임을 확인했으므로, 영수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라는게 아닌가! (이건 여기에서만 가능한 것 임에 분명하다. 다른 상점들은 영수증을 꼭 쥐어주며, 일년 보증은 영수증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하기 때문).
ㅠ.ㅠ 나는 그 답변에 한동안 감동의 도가니에 빠져버렸었다.
#3. 철저한 분리수거
내가 지내던 연구소에서 오해를 하고 있었던 것이 있었다.
종이를 따로 모아 버리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나에게, 너무 이상한 것이 있었다.
여기서는 어떻게 '폐지'수거함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종이를 함께 버리는 건가?!?! 나는 '연구소'답지 않다는 생각에 어쨌든, 나름 폐지함을 만들어 모아둘 뿐이였다. 헌데, 가득 찬 나의 폐지함에, 나는 결국 그룹의 비서님에게 '어디에' 폐지를 버릴 수 있는지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비서님이 꽤 난감해 하면서, 지금 많이 바쁘니, 조만간 같이 버리러 가자고 말하시는게 아닌가.
에....
뭘 이렇게 거창하게??!?!? 난 그냥 폐지를 버리려는 건데. 어딘지만 알려주면 내가 가서 버릴텐데 말이지.
그런데, 알고보니.
폐지 수거가 무척 까다롭고 다양하게 세분화되어 모아지고 있었다.
일반 복사용지/책/코팅용지/박스
각 종이들에서 테이프나 스테이플러 심은 모두 제거되어야 하고, 각 그룹들은 모두 잘 정돈되어 끈으로 묶어서 배출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배출장소 역시 열쇠가 있어야 출입이 가능한데, 그 열쇠는 한 지정장소에 보관되어 열쇠이용기록부까지 작성을 해야하는 거였다.
-_-;;; 어이쿠야.
이렇게 되어있으니...
여기 사람들, 반 년이고, 일 년이고.... 폐지를 모을 수 있는데까지 모아 한 번에 버리는 거였다.
이뿐만이 아니였다.
스티로폼은 재질에 따라,
형광등은 원료와 사이즈에 따라 분리수거를 하도록 되어있다.
옛날, 한국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재활용품 분리수거가 매우 까다롭게 되어있었는데-
여기서는 그거만치 까다로울 뿐더러, 종이까지 각각 분리를 해야하니,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일본이 무척 민감한 모양이다.
(c.f. 하지만 이런 측면을 보고 일본이 물자를 절약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내가 가장 놀랐던 것은 3-4겹의 선물포장이였다. 좋은 박스에 담겨서 이미 포장이 된 상태인데, 거기에 포장지, 그 위에 또 포장, 그리고 좋은 재질의 가방에 넣은 뒤에야 고객에게 준다. 그리고 슈퍼마켓에서는 각 구매용품 목적별로 각각 비닐봉투에 담아주는 것이 자동이다. 심지어, 우체국에서 우표 2장을 샀는데, 이걸 작은 봉투에 넣어준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만, 이제는 그러려니-하고 있다.)
동감하는 부분들이네요. ㅎㅎ 근데 미국에 있으면 전부다 정반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ㅋㅋ 특히 분리수거는...한국이나 일본이 열심히 하면 뭐하나 싶은 허무함이 느껴져요...^^;
답글삭제미국에 대한 이야기-특히 분리수거에 대해, 귓동냥으로 많이 들었는데, 진짜인모양이네요.-0-;
삭제과학에 대한 관심과 응원은 부럽다..
답글삭제문화가 그렇게 형성되어 있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최초, 세계 최고가 아니면 뭔지도 모르면서 무시하는데..
응 만화책에 나오는 듯한 모습에 처음에는 오글(?)거렸는데,
삭제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응원이 잠깐 한 때가 아니라, 일년 내내- 그리고 다음 시도 때까지도 계속되려는 모습에 깊은 인상이 남더라.
여기도 물론 세계 최초면 정말 좋아하지~! 그런데, '일본'의 자국기술이라는 점에도 무척 자부심을 느끼는 듯 싶어.
다른 나라 도움없이 해냈다는 성취감같은 것을 느끼는 것일까?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