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6년의 시간을 2018년 말에 마무리 지었다.
어떤 일들이 있을지 짐작할 수 없었고,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알지도 못하던 갈등의 시간이였다.
생활의 질답은 커녕, 일에 대한 이야기 상대조차도 전무했다.
나름 박사과정도 독립적으로 했었지만, 일본에서의 시간은 독립적인 것을 떠나, 무인도 같은 생활이였으니.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살려고 버티던 곳이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힘들던 곳에서 몇 명의 가까운 동료가 생겼고, 아주 약간의 친구가 생겼고,
점차 할 일이 늘어나선, 감당이 어려울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일 덕분에 지금까지도 계속 금성에 대한 일을 이어갈 수 있는 현실이 만들어지다니.
일본을 떠나기 전, '일본을 곧 떠나는데, 어떤 기분이야?'라는 질문을 종종 듣곤했다.
나의 대답은 항상 일관되었었다. '서운하거나 슬픈 것보다는, 복잡한 기분이야.'
어떤 단 하나의 느낌이 아니였다.
마음끓이던 갈등의 기억들이 아직 너무 생생해서 억울한 기분까지도 있었다.
가구들을 정리하며, 모았던 책들을 버리거나 도서관에 기부하고, 이삿짐 이외의 모든 것들을 쓰레기로 처리하던 - 모든 행위들이 마치 그동안 벌어졌던 마음의 상처들을 조금씩 다독이던 것 같았다.
6년간 지내던 작은 집을 깨끗하게 비우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큰 기분변화가 있던 것은 아니였는데, 사실 아주 약간은 후려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공항을 나서며 2년의 기한이 남은 비자를 반납하던 것도 기억난다.
공항의 직원이 '아직 기한이 많이 남았는데요?'라는 말에, '이제 떠나서 필요없어요'라고 나도 모르게 참 기쁘게 말했었다.
그렇게 일본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독일에 왔다.
옛날에 있던 곳은 아니고, 새로운 도시, 베를린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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