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 전의 일이다.
올해의 첫, 도쿄 근교 산행에 올랐었었다.
낮이면 따뜻한 햇살이 쬐이기에 산행해도 되겠거니-라며 내가 사는 곳에서 편도 약 2시간 정도 걸리는 산에 다녀왔었다.
그러나, 3월은 아직... 산행의 시작으로는 좀 이른듯 싶었으니-
한 중턱부터이어지던 '눈길'이 지난 겨울 폭설의 흔적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의도하지않게 초봄의 '설산(?)'을 오르게 되었으니.....
뭐, 여기까지는
봄의 산이로구나- 싶다.
산을 앞에 둔 저수지를 지나 산행로 입구에 접어들었다.
뭔가 주의하라고 적혀있으나,
잘 모르겠어서 '금지'가 아니라 '주의'니까-라며 오르기 시작했다.
응달인 곳에서는 눈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신기해하며 사진을 찍었었다.
허나, 이건 이번 산행의 시작일때의 인상이였을 뿐-
이 산행에서 눈을 그렇게 많이 볼 줄은 몰랐었지....-_-;;
산행길의 계곡물이 나는 참 좋아서
이번 산행길이 유난히 마음에 들었었다.
룰루랄라-오르면서 점차 눈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
에헤....
산을 오르면 오를수록 눈이 더 많아지기 시작한다...?
산행을 하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여서 산행을 계속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 산행은 많이 위험했던 듯 싶다.
이 산행길은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이였는데,
계곡 전체가 눈이 2 m는 족히 되어보이는 깊이로 쌓여 얼음길을 만들어버렸기 때문이였다.
다른 등산자들 모두 계곡의 그 얼음길 위로 걸어다니다보니, 눈 위로 깊게 패인 발자국들이 산행로를 보여준다.
나름 신선한 발자국들이 보여서 조심조심 그 발자국을 따라가는데...
우와왁.
나는 순간순간 깜짝놀랐었다.
저 사진의 구덩이는 눈/얼음 층이 계곡바닥으로 훅 뚫려있는 구멍이다.
얼음층 아래로 계곡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려서 더 으시시하다!
간간히 발자국들이 1미터는 푹 떨어지는 구멍들이 있는 걸 봐서는 먼저 지난 사람들이
발디딘 곳이 푹 꺼져버리는 위치였던 모양이였으니까.
이렇게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 곳에...
위로 눈이 계속 쌓여
단단한 얼음층을 만든 것이였다.
계곡 물이 깊은 것은 아니라서 빠진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닐 듯 싶었다만,
떨어지는 것이 좀 겁나서 여기에서부터는 조심히 살펴보며 오르기 시작했었다.
저 나무 높이만큼 눈이 쌓여있는 것이였다.
실제 산행로는 이 눈얼음층 아래에 있다.
두꺼운 얼음층이라지만,
사람들도 그 위를 지나다니고 있다만,
나는 이 두꺼운 얼음층 아래로 들리는 계곡물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는 사실에
모험심에 충만해져서 신나다가도, 괜히 더 조심하게 되었었다.
산 중턱에 마련된 쉬어갈 수 있는 정자가 폭삭 주저앉아버렸다.
폭설탓이렸다....
아무래도 아직 산행길은 이번 겨울 이후, 보수/유지가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였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정상에 올랐고,
여럿의 등산객들 틈에서 나도 점심으로 컵라면을 끓여먹고 (아!! 평소에는 싫어하는 컵라면이 추운 산정상에서는 이렇게 맛나구나!) 커피를 한 잔 마시며 숨을 돌리며 주변을 살펴보게 된다.
멀리 보이는 도시의 흔적은 도쿄려니 싶어지고...
유난히 좋은 날씨에 선명하게 떠있는 한 점 구름이
바로 아래로 선명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아직 군데군데 눈이 덮여
봄의 산 보다는 겨울 산의 풍치를 보게 되었던 3월, 올해의 첫 산행.
다음 산행은 완연히 날씨가 따뜻해진 5월 즈음으로 생각하며-
산길을 내려왔다.
아...
요즘 나는 산행이 참 좋다.
산행은 혼자하면 재미없다고 생각했는데-_-;;;;
이거.. 하면 할수록 이전에는 모르던 산행의 재미를 알게 되는 듯 싶다.
혼자 다니다보니, 좀 더 주변을 살펴보게 되고,
지도를 보며 루트를 찾고,
어떻게 접근할지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사실 가장 큰 이유는
갑자기 '내일은 산행을 해볼까?'라며 전날 밤 책을 뒤적여서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나는 자유로움이
내 스트레스지수를 확연히 내려주는 효과를 갖고 있음을 깨닳으면서부터다.
일에 대해 즐거움도 있긴하다만- 긴장감을 더 많이 갖는 나로서는 이렇게 몸으로 뭔가 활동하는 것이 긴장감 조절에 큰 도움을 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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