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시절
저자: 금희
출판: 창비 (2020년)
저자: 금희
출판: 창비 (2020년)
색다른 느낌의 주인공이 있는 한국소설이다. 주인공과 그 주변인들이 마치 한국인 같으나, 사실 한국인은 아니라, 중국인의 삶이 담겨있다. 중국인인 조선족 젊은이가 문호개방으로 급변하던 당시 중국에서 어떤 생각을 하며 그 시대를 담담하게 살아가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오랜만에 잔잔하면서도 책을 덮은 뒤, 생각에 잠기게 하는 책을 읽게 되어 반가운 소설이기도 하다.
= 내용 =
90년대 후반의 중국은 젊은이들이 시골에서 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던 시기다. 주인공도 비슷한 이동을 하게 되는데, 급변의 시기이듯, 뜻하지 않은 기회로 이동하게 된다. 그것도 약혼과 함께. 같은 동네 청년과 함께 갈 수 있는 일자리가 생긴 것이다. 그러나 젊은 남녀를 보낸다는 생각에 주인공의 부모는 둘을 약혼시켜버린다. 주인공은 조금 얼떨떨하게, 선택이라기 보다는 주어진 일들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듯한 자세로 모든 일들을 치러낸다. 약혼도, 도시로의 이사도, 첫 직장에서의 약혼자와의 동거도, 그와의 첫 관계, 그리고 첫 직장생활도... 본인의 주도적인 선택도 아니고, 깊은 고민도 없다. 고민할만한 다른 선택지가 우선 주인공에게 없었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아는 것도 없다. 주인공은 큰 고민없이, 주어진 하나의 길을 묵묵히 간다는 듯한 느낌으로 사는 이다. 이러한 수동적인 모습의 주인공에게 도시에서의 생활은 하나씩 새로운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치, "네가 꼭 그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는거야"라고 가르쳐 주는 듯하다. 나와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되는 주인공은 드디어 본인의 주체적인 선택을 한다. 혼자서 새로운 직장을 찾아서 면접을 보고, 그렇게 사랑하던 것도 아닌 약혼자를 떠난다. 그 선택은 주인공을 엄청난 사람으로 만드는 그 무엇도 아니였다. 단지, 주인공은 담담하게 본인의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이 되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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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진부하게 한국의 핏줄이라든가 문화를 찾는 뉘앙스가 전혀 없다. 한국어를 아는 중국인인 젊은이가 주인공일 뿐이다. 한국어를 잘하기에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서 직장을 찾을 수 있던 90년대 후반 중국청년의 생활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신선하다.
내용도 서술의 흡입력도 괜찮았다. 다만 소설의 표지는 왜 이렇게 못만든 것일까-아쉬운 디자인이다.
(소설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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