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04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먹으며 불편하다 말한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종종 생각나는 일이 있다.
한국인들이 서유럽인들에 대해 흔히 갖기 쉬운 '문란하다'라는 의미에 대해서다.

독일에 거주하는 동안,
타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글 혹은, 유학을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글을 인터넷을 통해 대하던 때였다.
다른 사람들이 서유럽 사람들의 동거문화로 인해,
"서양인"은 성문화가 "문란하다"-라는 고정관념이 꽤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동유럽은 아직도 보수적인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얼렁뚱땅 서양인에 넣어져 버린 듯 싶다).
이는 놀랍게도,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 마져도 상대를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의 잣대로 몇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전부가 저렇다고 일반화시켜버리는 오류를 갖는 듯 싶었다.

하나의 놀라움이자 얼마나 그 고정관념이 깊은가를 느꼈던 것은
독일을 잠시 방문했던 한국 친구의 말에서 비롯되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업무차 독일에서 만나게 된 - 독일 거주 수십년 차의 한국인이 '독일인들의 문란한 성생활'을 비판하더라는 것이였다.
그 문란한 성생활은, 즉, '동거'문화에서 비롯된 유추인 듯 싶었다.
내가 보기에는 동거가 문란한 것은 아닌 듯 싶은데...?

사실, '문란'하다는 의미부터 우선 확실하게 짚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측면이다.
문란함의 근거는 혼전 동거란 말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사랑과 7-8년간 동거하고 있는 커플을 보고, 결혼 전에 동거했으니 문란하다고 할 셈인가,
아니면, 3-4년 간 10여명의 이성친구들을 사귀였어도 동거가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고 할 셈인가?

다른 문화적인 측면에 대해, 문란하다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자기문화 혹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란 말인가.
내가 보는 이런 서스럼없는 말은,
"나의 도덕적인 잣대, 나의 규칙이 올바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아집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현지에 살 든, 아니든에 관계가 없다. 본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동거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고 보게 된 것은내가 본 독일인 친구들이 대부분 진지한 사람들이였던 까닭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독일의 동거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볍다'는 것과는 거리들이 많다는 것을 여러차례 목격하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연애란 자기 삶의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고, 같이 살아보는 것은 앞으로도 같이 살아도 되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거가 중요하게 된 것이고, 동거를 하려면 서로의 가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결국, 마치 결혼한 것 처럼, 상대의 가족 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당연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연애는 가족에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결혼을 결심한 파트너라면, 비로소 가족에게 소개를 하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

내가 보기에 두 나라의 일반적인 스타일은 서로 다른 부분에 중요성을 두는 방식으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가족들도 알고 지내는 공개된 연애는 이를 받아들이는 부모세대가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연애와 결혼을 굳이 나누지않다보니 동거도 받아들이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보수적이였던 가까운 과거가 아직 큰 영향을 발휘한다. 보수적인 부모님 세대를 이해시키면서도 본인의 연애결혼을 이루려다보니, 그 전까지는 부모에게 비밀로 하는 경향이 만들어진 것 아닐까?

이는 문란함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느냐의 문화적인 차이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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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 측면도 있다.
자기중심적인 해석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 받았던 또 다른 충격을 풀어보자면....
우리나라에 반 년 지냈던 한 외국인 지인의  '한국인은 하룻밤 같이 자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외국인들끼리 일반적으로 말하던 것이라고. 클럽도 몇 번 다녀본 모양이였다.
그러나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 지인이 얼마나 얕은 지식으로 말하는 가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스스로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이, 반년의 경험으로 한국 개방적인 성문화를 깨닫는 천재성을 가졌다니!

나는 그 지인에게 일부가 그럴 뿐, 일반적인 사회관념은 연애와 결혼에 대해 서양문화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긴 설명을 해주게 된 적이 있었다.

다른 문화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노력과 관심의 차이에 비롯하게 되는 것인 듯 싶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의 주관적인 판단을, '현지에서 오래살았다' 혹은 '현지에 다녀왔다'라는 것으로 믿지 말고,
객관적으로 역사적인 변화도 고려해서 천천히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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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일본은 과연 성적으로 문란할까....?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일본이 문란한 도덕문화를 갖고 있다고 믿었었다. 이는, '기모노는 아무곳에서나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라는 식의 근거없는 루머들, 수많은 야동, 그리고 만화책에 수시로 묘사되던 폭력성과 성적인 묘사들 때문이였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에 잠시 살아보면서 주변인들을 살펴보다보면 (흠흠.. 그러나, 직업의 특성상 진지한 사람들만 보게 된다 -_-;;), 얼마나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된다.
서유럽과 비교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결혼에 대한 중요성만큼은 큰 유사점을 갖고있다고 볼 수 있다.
결혼적정기에 이르면,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남도 대다수 갖고,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결혼 전에 동거는 흔하지 않은 일이고, 결혼전 이성친구 집에 머물면-동거도 아닌데- 소문거리가 될 정도(!)다.
아무래도 내가 한국에서 어린시절 상상하던 수준과 현실은 많은 차이가 있는 듯 싶다.

이는 아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다른 아시아권 사람들이 상상하는 한국문화에도 반영되는 듯 싶었다.
'한국은 성문화가 개방적이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동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올 정도면 동거가 일반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였는데,
나는 그에 대해서도,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다보니, 나름 신선한 소재거리가 될 수 있는 거라고 말해줘야 했다.-_-;

댓글 7개:

  1. (익명)으로 작성하고 댓글 본란에 이름 적어주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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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상록수) 아니 이런 방법이 있는 줄 모르고 어리석게 로그인을 하느라 난리를 쳤던 것이군요. ㅠㅠ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문란"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what is "문란"? 이기도 한 것 같고요. ㅎㅎ 독일 거주 수십년차의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부분이 참 놀랍네요. 저도 가끔 여기 오시는 분들이 이 곳의 스타일을 함부로 말씀하시는 것에 놀라울 때가 많아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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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그렇죠. 특히나 기준이 불분명한 도덕적인 부분은 정의를 먼저 밝히고 말해야 흥분하는 일이 좀 적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와아~ 요즘 상록수님 댓글을 자주 보게되어 매우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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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람은 결국 자신이 경험한 범주 안에서만 판단하고 행동하는구나..

    그나저나...난 요새 외롭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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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박사과정 자체가 힘든 것도 있고, 친구들 결혼하는 거 보면 왠지 부럽기도 하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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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 그럴것 같아. 해외로 나와~! 외로움이 사무쳐!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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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