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3

영화 - 고지전, 이렇게 잘 만든 영화가 왜 흥행대작이 되지 않은거지??



전쟁영화를 여럿 본 듯 싶으나, 이 영화만큼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는 못 본 것 같다.
'전쟁의 이유가 무엇인가,
왜 나는 여기에서 이렇게 싸우고 죽이며,
이토록 죽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치는가.'
라는 생각에 오늘 하루,
또 전쟁터에 발을 디딛는 군인들의 모습을 절절하게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쟁에 대한 역사적인 지식을 배우면서,
나는 사실 적군과의 대전에서 가장 '앞 줄'에서 '죽으려고 뛰어드는 군인'은 어떠한 심정으로 저기에 뛰어드는 것일까- 많이 의아해하곤 했다.
 분명 살아오지 못 할 것임을 아는데-
어떻게 '와아~!!!'하는 함성만으로 빗발치는 총알과 포탄으로 뛰어들 수 있단 말인가?

이 영화는 가장 최전방,
에록 고지라는 곳에서의 어제, 오늘, 그리고 그동안 수십번, 수백번은 남과 북으로 주인이 번갈아바뀌던 치열한 한 지점을 지키는 부대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전쟁터에서 가장 치열한 앞 줄에 선 사람들의 생존사 혹은 사망사라고 할 수 있는 셈이다.


그들에게 이 전쟁은 누구를 지키기 위한 것도 아니였다.
더이상 북이든 남이든, 그런 것도 중요하지 않았고,
동료가 있을 뿐이고, 돌아가고 싶은 곳이 있을 뿐이였다.
그러함에도 그들이 그곳에서 죽어나간 이유는 다만 한가지.
되도먹지 않은 연합군과 남북 지도자들의 땅따먹기 놀음에 싸울 뿐이였다.
그저 명령에 따라야 했던, 그들의 슬픈 하루는 '휴전'이 언제 될까라는 소망 하나로 이어져 나갈 뿐이였다.
이제 이기는 것은 더이상, 이들의 목적이 아니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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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음)


다음(Daum) 영화 정보에서 발췌한 이미지


남북의 애절한 인간사를 그리는 영화는 그동안 여럿 있었던 듯 싶다.JSA와 웰컴투동막골, 그리고 태극기가 그러했듯이.

그러나 고지전, 이 영화는 인간사는 인간사이되,
좀 더 전쟁의 아이러니에 촛점을 맞추고 있었다.
왜 전쟁을 하는가? 라는 질문은 사실 영화 초반부터, 그리고 끝까지 이어지는데,
헛, 참......

모두들...
왜 전쟁을 하는지는 모른다.
전쟁이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하질 못한댄다.
그 누구도 더이상 전쟁을 이어가고 싶어하지도 않고,
그저 내 전우를 이 전쟁에서 더이상 잃고 싶지 않을 뿐이고,
수많은 전우를 잃으며, 그리고 사실은 죽이기도 하며,
이어나간 내 생명이 여기서 꺼지게 만들고 싶지 않을 뿐이였다.

그간의 장기전으로, 적군까지도 사실 모두 안면이 생겨버렸었다.전쟁속에 그들은 모두 서로 아는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살기위해 죽여야 하는 입장이다.
서로 아는 그들이 서로를 죽이면서 일렁이는 감정의 흐름이
화면 곳곳에서 넘쳐난다.

왜 전쟁을 하는가!
그것은 사실 이 소모전에서 더이상 의미있는 질문이 아니였다.
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전쟁터의 소모품이였다.

"도대체 언제 휴전이 되는 거냐고!!!"라고 울부짓으며 수 년 동안 계속 기다린다.
우리는 죽은건가, 살아있는 건가?
스스로 헷갈려할 지경에 이르럿기에
휴전은 단 하나의 희망일 뿐이였다.
헌데, 전쟁의 아이러니는 그들의 희망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영화 후반에 극단적으로 몰아붙여 나간다.
영화 후반에 들어 말만 하던 휴전협정이 드디어 타결된 것이였다.
"휴전이다...!! 휴전이 되었어! 집에 가는 거다."
라며, 남과 북 군인들은 서로 한 계곡에서 만나서도 전투를 벌이지 않는다.
사실, 그들 서로 죽인 동료들이 많으나 서로 전쟁에 진저리를 치는 이들이였기에 휴전이 더 큰 의미였던 셈이였다.
그러나 그들에게 전쟁은 마지막까지 질문을 하게 만든다.

전쟁을 왜 하는가!!
...
나는 그들 모두 알고 있었을 것 같다.
다만, 입 밖으로 차마 꺼내지 못했을 뿐이겠지.
최종 작전회의에서 그들은 더이상 고개를 들지 못하게 되는데,
휴전협정이 맺어져서 발효가 시작되기까지의 12시간 동안
저 언덕, 저 고지를 탈환해서 국토를 조금이라도 더 넓혀야 한다는 상관의 말은...
마지막 남은 너희 목숨을 내놓고 전쟁을 마무리 짓겠다는 윗사람들의 명령과도 같은 것이였으니까.

전쟁의 이유.
그것은  땅따먹기에 혈안이 된 연합국과 공산국 지도자들을 위한 것일 뿐이였다.

최전방의 이 군인들을 끝까지 소모품으로서 '끝날때까지' 써먹어야 할 존재였다.
그들에게 의미를 잃어버린 한국전쟁의 소모전은
단 하나 소망이였던 휴전이 되었음에도-
소망은 곧, '살았다'가 아니라, '죽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가 되어버린 아이러니였던 셈이다.
살아남고자 전쟁했던 이들은 이제 휴전 발효 마지막 전쟁에 자신의 목숨을 내놓으러 뛰어든다.
전쟁영화가 그러하듯- 영화는 해피엔딩이 될 수 없었다.
다만, 전쟁 속의 사람들의 모습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태극기와 웰컴투 동막골),
한국전쟁에 대한 냉정한 비판적 해석을 만들어냈다.

세부적인 감정 처리, 각 인물들의 적절한 배치나 연기력, 인물들의 참혹한 생존사,
거기에 가장 중요했던 전쟁에 대한 새로운 시선까지 더불어
이 영화는 전체적으로 매우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가 아닐까 싶다.
DVD로 소지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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