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11

일본 여행의 묘미


일본에서 시간이 지날 수록,
다양한 자연환경이 인상적으로 남게 된다.

일본의 긴 국토 모양은 사실 남북으로 5,000 km에 이르다보니,
최남단의 열대 기후부터, 최북단으로는 냉대 기후까지 아우른다.
(연평균 기온이 최대 약 24도, 최대 약 6도)

한반도 길이가 약 1,100 km라 하니, 이는 약 5배라 할 수 있는데,
그러다보니, 한 국가 안에서 다양한 기후생태를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큰 나라의 경우 공통적인 부분일테지)



이렇게 다양한 자연환경은
사람들이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가는 모습에 또한 영향을 주게 되다보니,
오래된 작은 마을들은 각 지역별로 다양한 모습을 형성하게 되기도 한다.

(위의 사진은 가쇼(Gassho)스타일이라 불리는 건축양식이 밀집한 마을의 모습니다. 일본의 중북부, 산지에서만 발견되는 건축양식인데, 약 3곳의 부락만이 100-200년 정도 된 건축물을 보존하고 있어,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위의 사진은 오키나와-류큐 스타일의 가옥의 모습이다. - 오키나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일본에 합병된 곳이라서, 일본으로서의 역사는 100여년에 불과하다)

거기에다 지질학적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이라서,
활동중인 화산들을 살펴보는 것이 가능하기도하고 (큐슈의 아소산과 사쿠라지마 같은..)
젊은 산들의 거친 지형은 오랜시간에 걸쳐 부드러운 곡선을 갖추게 된 우리나라의 산지형과 사뭇 다르다.





그래서 일본에 지내는 동안,
여러가지 자연환경들을 보러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지금껏 잘 모르던 기후, 그리고 그러한 기후에 적응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게된다.
이는 내가 일본을 잘 모르던 까닭이기도 할 것이다.
생각보다 꽤 큰 나라이며, 멀지않은 과거에 홋카이도의 아이누 부족, 오키나와의 류큐왕국 등, 다양한 이국문화를 품게 되다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문화권을 살펴보게 된다.
(일본안에서의 소수민족은 여러가지 이야깃 거리가 될 수 있다만, 이에 대해서는 내가 그다지 객관적이 되기 힘들기 때문에 포스팅은 안 할 것이다).





나는 작년과 올해에 걸쳐 일본 남쪽 끝에 자리한 야쿠시마와 오키나와를 다녀왔었다.

그리고 목격하게 된, 아열대 기후의 6,000 여년 된 울창한 숲과,
멸종위기에 놓인 바다거북이 산란모습을 볼 수 있고,
해안가에서는 바다거북이 유유히 약 10여미터 옆을 헤엄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큰 놀라움이 였다.




나에게 일본에서 가장 인상깊은 기억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아무래도 자연탐방과도 같았던 나의 여행들이라고 나는 바로 말 할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누군가 일본에 온다고 한다면, 색다른 자연환경을 구경하러 돌아다녀봐도 괜찮을 것이라 말하고 싶어지고, 오늘의 포스팅을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다음 겨울,
꼭 홋카이도에 가보리라 마음을 먹게 된다.
2m의 적설,
windows 배경화면이 되기도 했던 홋카이도 중앙지역의 겨울 경치,
그러한 조용한 작은 마을들을 기차를 타고 다녀보고 싶은 까닭이다.
가능하다면 홋카이도 동부에서 가능한쇄빙선을 타고 싶은 것도 있구나.
아. 그러나, 겨울에 다시 오키나와에 가보고 싶은 것도 있는데, 다름아니라, 겨울에만 고래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지, 여름인 지금으로서는 아직 정하기에는 이른 시기구나.


2014/07/04

스테이크를 젓가락으로 먹으며 불편하다 말한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지만, 종종 생각나는 일이 있다.
한국인들이 서유럽인들에 대해 흔히 갖기 쉬운 '문란하다'라는 의미에 대해서다.

독일에 거주하는 동안,
타지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글 혹은, 유학을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글을 인터넷을 통해 대하던 때였다.
다른 사람들이 서유럽 사람들의 동거문화로 인해,
"서양인"은 성문화가 "문란하다"-라는 고정관념이 꽤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동유럽은 아직도 보수적인 측면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얼렁뚱땅 서양인에 넣어져 버린 듯 싶다).
이는 놀랍게도,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들 마져도 상대를 이해하려 하기 보다는, 자신의 잣대로 몇 사람들의 행동에 대해 전부가 저렇다고 일반화시켜버리는 오류를 갖는 듯 싶었다.

하나의 놀라움이자 얼마나 그 고정관념이 깊은가를 느꼈던 것은
독일을 잠시 방문했던 한국 친구의 말에서 비롯되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업무차 독일에서 만나게 된 - 독일 거주 수십년 차의 한국인이 '독일인들의 문란한 성생활'을 비판하더라는 것이였다.
그 문란한 성생활은, 즉, '동거'문화에서 비롯된 유추인 듯 싶었다.
내가 보기에는 동거가 문란한 것은 아닌 듯 싶은데...?

사실, '문란'하다는 의미부터 우선 확실하게 짚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측면이다.
문란함의 근거는 혼전 동거란 말인가?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사랑과 7-8년간 동거하고 있는 커플을 보고, 결혼 전에 동거했으니 문란하다고 할 셈인가,
아니면, 3-4년 간 10여명의 이성친구들을 사귀였어도 동거가 아니므로 문제가 없다고 할 셈인가?

다른 문화적인 측면에 대해, 문란하다는 말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얼마나 자기문화 혹은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란 말인가.
내가 보는 이런 서스럼없는 말은,
"나의 도덕적인 잣대, 나의 규칙이 올바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이를 지켜야 한다"-고 말하는 아집과 다름없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는 현지에 살 든, 아니든에 관계가 없다. 본인의 의사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동거 개념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많이 다르다고 보게 된 것은내가 본 독일인 친구들이 대부분 진지한 사람들이였던 까닭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독일의 동거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가볍다'는 것과는 거리들이 많다는 것을 여러차례 목격하게 되었다.

독일에서는 연애란 자기 삶의 파트너를 찾는 과정이고, 같이 살아보는 것은 앞으로도 같이 살아도 되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동거가 중요하게 된 것이고, 동거를 하려면 서로의 가족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결국, 마치 결혼한 것 처럼, 상대의 가족 모임에 함께 참여하는 것도 당연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연애는 가족에게 굳이 알리지 않아도 되는 일이지만, 결혼을 결심한 파트너라면, 비로소 가족에게 소개를 하게 되는 절차를 거친다.

내가 보기에 두 나라의 일반적인 스타일은 서로 다른 부분에 중요성을 두는 방식으로 밖에는 보여지지 않는다.
가족들도 알고 지내는 공개된 연애는 이를 받아들이는 부모세대가 있기에 가능한 방법이다. 연애와 결혼을 굳이 나누지않다보니 동거도 받아들이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지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보수적이였던 가까운 과거가 아직 큰 영향을 발휘한다. 보수적인 부모님 세대를 이해시키면서도 본인의 연애결혼을 이루려다보니, 그 전까지는 부모에게 비밀로 하는 경향이 만들어진 것 아닐까?

이는 문란함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느냐의 문화적인 차이가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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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의 측면도 있다.
자기중심적인 해석은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 받았던 또 다른 충격을 풀어보자면....
우리나라에 반 년 지냈던 한 외국인 지인의  '한국인은 하룻밤 같이 자는 것을 쉽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외국인들끼리 일반적으로 말하던 것이라고. 클럽도 몇 번 다녀본 모양이였다.
그러나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 지인이 얼마나 얕은 지식으로 말하는 가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었다. 스스로 공부하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없이, 반년의 경험으로 한국 개방적인 성문화를 깨닫는 천재성을 가졌다니!

나는 그 지인에게 일부가 그럴 뿐, 일반적인 사회관념은 연애와 결혼에 대해 서양문화에 비해 보수적이라는 긴 설명을 해주게 된 적이 있었다.

다른 문화에 대한 판단은 개인의 노력과 관심의 차이에 비롯하게 되는 것인 듯 싶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이의 주관적인 판단을, '현지에서 오래살았다' 혹은 '현지에 다녀왔다'라는 것으로 믿지 말고,
객관적으로 역사적인 변화도 고려해서 천천히 판단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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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일본은 과연 성적으로 문란할까....?
한국에 있는 동안, 나는 일본이 문란한 도덕문화를 갖고 있다고 믿었었다. 이는, '기모노는 아무곳에서나 자리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라는 식의 근거없는 루머들, 수많은 야동, 그리고 만화책에 수시로 묘사되던 폭력성과 성적인 묘사들 때문이였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에 잠시 살아보면서 주변인들을 살펴보다보면 (흠흠.. 그러나, 직업의 특성상 진지한 사람들만 보게 된다 -_-;;), 얼마나 결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깨닫게 된다.
서유럽과 비교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결혼에 대한 중요성만큼은 큰 유사점을 갖고있다고 볼 수 있다.
결혼적정기에 이르면, 결혼을 전제로 하는 만남도 대다수 갖고, 결혼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으며, 결혼 전에 동거는 흔하지 않은 일이고, 결혼전 이성친구 집에 머물면-동거도 아닌데- 소문거리가 될 정도(!)다.
아무래도 내가 한국에서 어린시절 상상하던 수준과 현실은 많은 차이가 있는 듯 싶다.

이는 아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보는 다른 아시아권 사람들이 상상하는 한국문화에도 반영되는 듯 싶었다.
'한국은 성문화가 개방적이지 않아?'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동거'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올 정도면 동거가 일반적인 것 아니냐는 말이였는데,
나는 그에 대해서도, 그다지 일반적이지 않다보니, 나름 신선한 소재거리가 될 수 있는 거라고 말해줘야 했다.-_-;

분노의 자전거 - 일본의 자전거 문화, 나에게는 초기에 큰 스트레스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문화가 거의 없다.
고등학생 시절, 자전거를 타고 도서관을 왕복하던 나는 '자전거 도로'가 자동자 일시정차지역으로 쓰이던 수준을 당연하게 여길정도였으니까 (물론, 처음에는 화를 냈다만, 너무 자주 흔하게 보다보니 받아들이고 말았다).

최근들어서는 우리나라에도 자전거가 좀 보급되는 모양이긴 하다. 그러나, 운동을 위한 것이지, 생활의 수단은 아닌듯 싶다.
그러다보니, 생활도구로서 자전거를 이용하는 일본과 비교하는 블로그 글을 종종 보게 된다.
그리고 곳곳에 설치된 자전거 주차장과 수많은 자전거들에 놀라워하는 글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 글을 보며, 내가 느낀 놀라움은 많은 한국인들의 글이
일본의 자전거 문화에 '긍정적'이였다는 사실이였다!

그러나 사실, 내가 처음 몇 달간, 일본에서 분노를 토했던 것은 다름아닌, '무법천지의 자전거'들이였다.

'자전거가 인도를 다니다니?!?',
'악! 자전거가 막 역주행을 한다 (찻길 역주행이 매우 흔하다)!',
'밤에 자전거 등도 안켜고 다니다니??'....
'수신호 실종?!?!'
'왜 보행자가 자전거 도로를 막고 있어?!?'
'자전거 주차에 돈을 내?!?'
등등...

아하! 나는 어느사이에 독일의 자전거 문화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독일에서 자전거는 생활의 도구뿐 아니라, 도로규칙을 따라야 하는 엄연한 교통수단으로 처리된다. 따라서 자전거는 자전거 도로, 혹은 차로로 다녀야 하고 (보행자가 자전거 도로에 서서 자전거를 막으면 안된다), 역주행은 금기, 밤에는 꼭 랜턴을 켜고 다녀야 한다.
방향을 바꿀시, 차 혹은 다른 자전거들과 보행자를 위해 수신호는 기본이다.
 
사실, 이러한 규칙들 때문에
일본에 오는 유럽인들, 특히 독일인들은 인도를 질주하는 일본의 자전거 문화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도 해당되어 분노게이지를 상승시켜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많은 한국인에게 일본의 자전거 문화가 어떻게 느껴질지 몰라도...
나에게는 일본의 자전거 문화,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참 좋을 것이라고 느낀다.

초기 몇 달 간.. 내 스트레스의 진원은 사실 마음놓고 다닐 수 없는 인도였던 것이다.
특히, 밤이면, 어디선가 랜턴도 없이 순식간에 달려들던 자전거들.... 캬.

일본과 독일의 흡연문화


독일에서.

당시 독일에서 살 던 일본인 가족은 갖난 아기와 살고 있었다.
종종 외출을 즐기던 이 가족에게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길거리 흡연이 가능한 독일은 아이와 외출하기에 좀 불편한 나라'가 되었던 듯, 나에게 독일의 흡연문화에 대해 잠깐 말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더불어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걸으며 흡연하지 않아서 좋다는 말과 함께...

일본에서.

일본에 방문한 독일인 혹은 유럽인은 식당, 혹은 바의 실내에서 흡연을 하는 일본의 문화에 큰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의외로 실내 흡연을 허용하는 식당이 꽤 많고(금연/흡연 구역은 되있는 곳도 아닌곳도 있으니 확인 해야한다), 바(bar)의 경우에는 100% 실내흡연이라 봐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실내는 금연'/'흡연자는 밖에서'라는 공식에 익숙해진 탓에, 실내의 흡연에 불편을 호소하는 독일인 친구에게는 일본은 마음놓고 즐길 바는 거의 없는 셈이 되어버린다.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