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2

후지산 (2)


한 숨 도 못잔채 시작한 정상으로의 발걸음은
결코 가벼운게 아니였다.
천근 만근, 즐기기는 커녕, 무의식적으로 앞사람의 발걸음을 쫓아 갈 뿐이였다.

놀라운 것은....
나름 일찍 출발한다고 밤 10시에 출발했으나, 모두가 같은 생각이였는지,
벌써 다들 산을 오르고 있는게 아닌가!
헤드라이트  불빛으로 저 아래의 산장들부터, 우리 일행이 머물었던 산장, 그리고 그 너머 정상으로까지 한 밤 중임에도 길이 훤히 보일 정도였다.

지도상으로 보면 3시간이면 도착할 정상이였으나,
워낙 붐비는 길덕분에,
그리고 가파른 경사에 종종 휴식을 취한 덕에
우리 일행은 새벽 3시 30분 경에 후지산 정상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정상에서 우리를 기다리던 것은 매서운 칼날같은 바람...!
그리고 4배는 비싼 따뜻한 음식들이였다.
새벽 4시 50분이면 볼 수 있을 일출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왔으니, 한 시간 기다리는 것쯤이야....! 라며 셋은 이를 악물고 기다렸다.
(나보다도 다른 두 사람은 정말 거의 전신이 마비가 될 정도로 추위에 오들거리며 기다렸다.)
그리고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은,
바로 사진을 찍을 시간이라는 신호이기도 했다.



(이건.. 내가 생각한 베스트 샷. 후지산이 높다보니,
주변이 모두 훤히 내려다보인다. 주변의 나즈막한 산은 구름에 덮여있고,
그 아래로 옅보이던 도심의 불빛이 참 인상깊었다.)


















(일출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만, 이 날 구름이 잔뜩껴서 장엄한 일출을 바로 볼 수 는 없었다.
하지만 구름의 운치는 모습만큼은 원없이 누려본 듯.)






























정상에서 거의 얼어버리다보니,
내려는 길의 급격한 온도 변화가 참 경이로울 지경이였다.
꼭대기에서 나는 상의만 4겹, 하의만 3겹을 입고 있었는데,
1,000m내려올 때 마다, 점차 오르는 기온에 한 겹씩 벗겨내야 했다.

쏟아지는 졸음과 급격한 경삿길, 잘게 부스러지는 미끄러운 잔 돌맹이 길은
모든 사람들에게 힘든 모양이였다.
비끄러져서 넘어지는 것도 빈번했고,
한 나이 지긋하신 아주머니는 한 번 미끄러지시더니, 홀로 일어나기 힘들어하셔서 어깨를 잡아드려야 하기도 했던 것이다.
나도 다리 힘이 점점 풀려서 '아, 집에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 뿐이였다.


이것은 다른 두 친구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듯 싶다.
둘 다 잠을 못잔 상태로 산행을 하다보니...
전 날, 그렇게 농담에 즐겁게 오르던 두 사람이였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두 눈에 핏발이 서서(!) 내려왔다.
아무래도, 밤샘 등산이란 것이- 피곤하긴 한 일이고, 후지산이 높긴 높은 산이였던 것이겠지.
나에게 일출보기 등산은 산행 자체를 그렇게 즐기게 해주는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일출보기 다시는 시도하지 않을꺼다. -_-
만약 후지산을, 잠을 푹~자고, 낮에 올랐다면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거였지.
다만, 멋진 사진을 보면서...
그래도 그렇게 궁금해하던 호기심을 충족했다는 만족감은 얻은 듯 싶다.



후지산 (1)

일본에서 가장 높은 산이자,
일본 문화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후지산은 일년 내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3,776 m 라는 높은 고도때문에 여름을 제외하고는 눈에 덮여서 위험해지는 까닭에,
7월부터 8월까지가 공식적인 개방기간이기 때문이다.
(공식 개방 기간이 아니더라도, 9월 중순까지 산장이 운영하기도 하지만,
이 기간을 이용하면 모든 산장들과 후지산까지의 대중교통들을 이용할 수 있을 뿐더러, 안전요원들의 가이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전문 산악인을 제외하고는 이 기간을 이용하게 된다.)

찾아보니, 백두산이 약 2,744 m, 한라산 1,947 m, 지리산 1,915m, 설악산이 1,707m라고 하니..
후지산이 높긴 높은 모양이다.
저번 달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경사까지 있어서 후지산을 찾을 방문객들이 많은 것임은 자명했다.



위의 사진은 내가 두 명의 친구들(Sebastian과 Christian이란 스웨덴 학생들. 함께 가려던 또다른 학생인 Liselott은 갑작스런 일로 전 날 취소를 해야했다)과 출발한, 후지산 중턱에 위치한 버스정거장이다.
여기에서부터도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7월-8월의 기간은 학교의 여름방학과도 겹치다보니,
주말이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룰 지경이고, 산장들은 예약이 꽉 들어찰 정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들은 2주 전에 겨우 한 산장의 빈 자리를 예약할 수 있었다.

또다른 놀라운 사실은, 높은 고도에도 불구하고,
후지산에는 일출을 보러 한 밤중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고,
일본에서는 이러한 일출보기 등산이 유명한 모양이였다.
나는 밤에 잠도 안자고 하는 등산이 과연 재미있을까-라며 의미심장하게 생각했다만....





아, 몰라... 
막상 유명한 것을 안하자니, 궁금해지는 거였다.
'왜...? 이거가 그렇게 유명한거지? 겁나게 좋은건가?'
-_-;;;;


궁금하면, 풀어보는 수 밖에.
다행이라면, 이걸 궁금해하던 다른 친구들과 함께 산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였다.




그리하여, 후지산에 일출보기 등산을 시작했다.
첫 날, 새벽 6시에 일어나서, 9시 40분 신주쿠를 출발하는 후지산행 버스를 탔고,
후지산 중턱 (5th station)에 도착했을 때에는 점심때가 되어있었다.



그곳에서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올라갈수록, 더 더 더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 거였다.


위 사진에서 지그재그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산행로가 보이는지?

 

저 산행로를 위에서 보면, 이런 모습이다.
이 산행길을 이용하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우리는 줄지어서-심지어는 기다리며- 천천히 길을 올라야 할 정도였다.
대부분의 이 사람들이 일출을 보러온 셈이였으니..!

아이쿠야.
원래 하룻밤 묶는 산장에서 새벽 1시에 출발해서 4시 반 즈음의 일출을 보려던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밤 10시에 출발하는 것으로...-0-;;;;
산장에서 저녁을 먹자마자 잠을 청해야 할 판이였다.
헌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였다.
초저녁부터이다보니, 자고 싶어도 잘 수가 없는 거였다.
ㅠ.ㅠ
그리하여...
한 숨도 못 잔채로 밤 10시, 겨울 옷을 겹겹으로 껴입고 정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2013/07/01

Brisbane, Australia

호주라...!
 남반구를 가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OGS 2013을 다녀왔다.
아침 8시부터 저녁까지의 일정을 4일 동안 소화하고,
하루는 반나절 코알라 공원에 다녀올 수 있었다 :)//
(Elena와 정말 우연히 만나서 함께 다녀오는 행운이 있었으니...!)

그리고 마지막 날, 토요일에는
낮에 근교의 Gold coast에 전 연구소에서 온 사람과 함께 가 볼 수 있었다.

으음.
원래 학회를 다니면 그다지 즐기지 못하는 성격이였는데...
지인들이 점차 많이 생기는 덕분에
식사가 함께 하고프면 함께 할 좋은 벗들이 생겼고,
혼자 해도 마음이 편한 여유도 생긴 듯 싶다.

국제 학회인 덕분에 여러 나라에서 방문한 지인들을 만나는 기쁨이 쏠쏠했던 학회가 된 듯 싶다.

내년의 AOGS는 홋카이도(북해도)의 삿포로니까,
나는 참석이 상대적으로 매우 쉬워질듯~!!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