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18

처음으로 맡아본 학회 세션 사회자 역할

2주 전, 영국 옥스퍼드에 금성학회에 참여하기위해 일주일간 출장을 다녀왔었다.
2년에 한 번 씩 열리는 금성학회는 금성의 지각부터 (유도된)자기권까지 전분야를 섭렵하다보니, 금성에 대해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참석하게 되는 중요한 학회라고 할 수 있다.
유럽전역은 물론이거니와, 일본, 미국,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각 국에서 참여하는데,
이번에 참여한 발표자수가 130-150명이 된다고 들었으니, 꽤 큰 규모가 된 셈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이번 학회에 참석하기 일 주일전에 갑작스러운 통고(?)를 받았다.
한 세션의 사회자 역할을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것이다.

사회자 역할은 지금껏 해본 적이 없었기에 깜짝 놀랐다만,
새로운 일이라는 생각에 기쁘게 하겠다고 했었지.

그런데.......
당일, 사회자 역할을 처음해보면서,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15분의 발표에 약 2-3개의 질문을 받도록 하고 싶었는데..
당연한 것일테지만, 발표자들은 시간보다 더 많이 말하고 싶어했다.
첫 발표자는 거의 20분은 넘도록 발표를 한 듯...?

'2분 남았습니다'
'1분 남았습니다'
열심히 손짓을 했고,
15분이 넘으면서부터는 옆에 서 있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발표자는 연륜만큼이나 아랑곳 하지 않으셨다.

질문수를 줄여서 세션 시간은 10분가량 늦기는 했어도 겨우 맞추기는 했지만,
시계를 보랴, 나를 안쳐다보는 발표자에게 사인을 보내느라,
부산해져버렸었다.

또다른 어려운 점이라면,
질문자를 '지목'하는 것이였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지만, 마지막 발표에 대한 질문자를 지목한 뒤,
나는 세션 시간을 확인하고 있었는데, 뭔가... 알고 있던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다...?!?
아니, 알고보니, 내가 지목한 사람이 아니라, 그 방향에 있던 다른 사람이 질문을 해버린 것이였다. (그 분은 손도 안들었는데?!?!)
중지시키고, 다른 사람 지목했다고 말하기엔 늦어버렸다. 이미 질문을 마쳐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뭐, 짧은 시간이다보니, 어영부영 넘어가버리고 말았지만, 맘이 편하질 않았다.

-_-
사회자... 생각보다 어려웠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두 가지 주의점을 깨닫게 됐다.
* 스마트폰의 알람 음악을 이용하는 것이, 발표에 집중하는 발표자에게는 효과적이란 점
* 질문자 지목시, 내가 지목한 사람이 질문하고 있는지 확인 후, 다른 일을 할 것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