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7

[Book] A Boy and His Dog at the End of the World by C.A. Fletcher

종종 방문하는 베를린의 미국기념도서관Amerika-Gedenkbibliothek은 어느정도 외국어책을 소장하고 있다. 이름의 연유인지, 단순히 근접한 영어생활권(영국)의 영향인지, 외국어책들 중 다른 유럽어들보다 영문책이 가장 많은데, 우연찮게 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Eng.) A Boy and His Dog at the End of the World"
(세상의 끝에서 한 소년과 그의 개)

몇 페이지 읽다보니, 마음에 들어서 빌려서 읽어보게 된 책이되었다. 오랜만에 블로그를 재시작하는 기념으로 몇 자 기록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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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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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배경은 영화(Eng) Children of men과 비슷하다. 자세한 연유는 설명되지 않지만, 어느 시기부터 임신이 불가능해져서 아이들은 태어나지 않았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멸종되는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 그렇게 인류의 문명이 종말하고, 약 1세기 이후가 소설의 배경이다. 앞서 말한 영화보다 이후의 시대 정도로 상상이 가능할 듯 하다.

나에게 있어, 이 책의 흡인력 중 하나는 위의 배경 속에서 살아가는 한 사람의 상상에 있었다. 인류가 멸종하고, 누군가가 인류가 남긴 것을 보며 어떻게 해석할까- 상상해보는 부분. 다행히도 문제는 좀 쉽다. 그 한 사람이 소설을 좋아해서 현대의 인류의 이야기를 읽기 좋아한다는 점인데, 책을 많이 읽던 이 인물은 그 덕분에 여행의 도중에 만나는 인류의 끊임없는 흔적들을 보고 쓰임새를 잘 알아챈다. 망가진 놀이공원, 탑, 자동차, 인터넷까지. 이 인물은 자신이 마주하는 정적과 폐허 속에서 자신이 소설에서 읽은, 도시 가득히 붐비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해낸다. 마주한 폐허가 너무 뚜렷해서 상상속의 사람들의 모습은 오히려 소름이 찌릿하게 올라오는 외로움을 실감하게 한다. 무엇보다도 그 폐허 속에서 주인공은 각각의 이야기를 갖고 있는 유골들을 발견한다. 누군가는 슬프게, 누군가는 사랑하는 이와 소중하게, 생의 마지막을 보낸 흔적들이 숨겨진 땅. 그러한 땅을 어린 주인공은 발견해나간다.

물론, 주인공은 목표가 있어서 여행을 한다. 바로, 도난당한 자신의 가족, Jess라는 개를 되찾기 위한 여정이다. 그러한 여정에서 주인공Griz는 인류의 폐허를 목격하고, 남겨진 흔적을 유추하며, 수 주를 걸어 결국 Jess를 찾는다. Jess를 쉽게 얻는 것은 아니였다. 우선, 본인이 죽을 뻔했고, 본인의 배를 잃어버리지만, 또 다른 개Jip을 잃어버리던 것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상실감을 잃으키기도 하다. 자신이 마음을 열은 이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Jess를 찾아 떠난다는 선택을 하는 Griz. 이 모든 결과들의 원인은 'Jess를 찾는다'라는 단 하나의 목표였다. 이 하나의 목표가 얼마나 큰 변화를 일으키고 얼키고 설키는 이야기들의 흐름이 바로 책의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은 좀 '어른들을 위한 해피엔딩 동화'같이 흘러가던 것이 아쉬웠다. 너무 해피엔딩... 책의 전반부와 후반부의 감정들이 허무하다 싶을 정도의 해피엔딩이라 마무리가 좀 이상하다 싶었졌다. 그러나 책의 뒷표지를 읽으니, 책의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과 개와 살고 있다는 소갯글을 보니 저절로 상상이 가능했다. 예를 들면, 저자는 나중에 자신의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힘내기를 바라다보다-정도랄까.

소감을 요약하자면, 아이디어와 스토리 모두 좋은 편의 소설이다. 그러나 감정을 소모케한 해피엔딩이라 허무할 수 있다. 그래도 여러가지 생각의 여지를 남겨두니, 단순하지는 않다.

2020/08/16

독일의 국내 여름휴양지, 동해Ostsee 뤼겐 섬Rügen insel (Eng: Baltic sea)

[Beebop: 독일이 기준이니, 독일 명칭 우선. 영문 이름은 Eng로 따로 표시합니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로 집에만 있은 지 수 개월이 지났다.
바쁜 와중이라 업무와 개인시간의 경계가 무너지기 쉬웠고, 결국 장시간을 일에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저번주 월요일, 문득 딱 쉬기 좋은 텀이 있음을 발견했다. 컴퓨터를 꺼놓고 있어도 문제가 없어보이는 그 몇 일!

나와 남편과 재빨리 휴가를 마음먹었다. 독일 국내의 여름휴양지로 유명하면서 베를린에서 3-4시간이면 기차로 도착할 수 있는 곳! 한 여름 베를린의 더위를 벗어날 수 있는 바닷가로 말이다.

(셀린Sellin 부둣가)

독일은 바다가 북쪽에 위치해서, 단순히 독일의 '북해'라고 부르기에 딱 좋아보인다. 하지만, 독일인들은 덴마크를 경계로 동쪽/서쪽을 북해Nordsee/동해Ostsee로 각각 부른다. 
바다의 경계가 달라지기 때문에 타당해보는데, 주의점이 있다. 여러 나라들의 집합인 유럽이라 어느 위치를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른 명칭으로 부르기도한다. 예를 들면, 독일의 동해는 큰 규모의 만과 같은 형태로 스칸디나비아 반도와 유럽으로 막혀 있는 '발틱해 Baltisches Meer'라 불리는 바다라고도 흔하게 불린다.

우리가 간 곳은 동해의 끝자락에 있는 뤼겐 섬Rügen insel이다.
독일에서는 가장 큰 섬이며 (52 x 41 km의 규모. 제주도의 절반 크기), 다리로 육지와 연결되어 기차로 쉽게 갈 수 있다. 동쪽이라는 위치로 쉽게 짐작할 수 있겠지만, 동독에 포함되어 공산주의 시절의 휴양지로도 유명했던 곳이다.

부드러운 모래사장이 있는 셀린Sellin, 괴렌Göhren, 빈즈Binz 지역으로는 유명한 휴양지답게 여름별장/호텔/식당 등이 줄지어 있다. 그래서 사람사는 도시와는 달리, 자연스러운 편안함보다는 인위적인 '휴양마을'에 피곤함을 느낄 수도 있는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해변과 길을 걸으며 느꼈던 좋은 점이라면 다양한 나잇대의 관광객들이 균일하게 분포해서 여름바다는 모두를 위한 것이란 실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셀린과 괴렝 사이의 모래사장)

유럽내에서도 독일의 관광객들은 모래사장에서 그 독특함이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는 그들 특유의 '영역표시'때문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이 곳에서도 그 영역표시를 해서,
자신의 해변타올이나 그늘막 주위를 무릎높이의 가림막으로 빙 둘러싸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남편은 "네덜란드에서는 아이들이나 그렇게 하며 논다"며, 마치 '에휴~ 독일인들이란- ...'투의 말을 하는 걸 보며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리는 30분정도 걸어서 한적한 해안에 자리를 잡았는데, 베를린이였다면 뜨거웠을 햇살이 훨씬 북쪽인 이 곳에서는 따듯하기만 하다. 바닷물은 놀라울정도로 짜지않고, 바닷가에서 수십미터를 걸어나갈 수 있을 만큼 모래둔턱이 넓게 분포했다. 바람에 파도가 높게 일렁일때면, 점프하며 파도를 넘기는 놀이에 푹 빠질수도 있다.

혹시라도 독일의 해안으로 여행오는 한국 여행객을 위한 팁이라면..
독일인들은 물가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듯 싶으니, 옷을 훌렁훌렁~ 벗어버리는 것에 놀라지 말라는 것이다. 누구나 다 벗는 것은 아니고, 벗는 이들이 좀 있는 수준이다.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신경쓰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겨우내내 햇빛을 못보는 사람들이니, 햇빛이 그렇게 좋은가보다-이해해주면 그만이다.

나는 이번이 누드비치를 처음 보았던 것은 아니라서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아직 의식하는 것을 보면 적응이 완전히 된 것도 아닌 모양이다.

(딜-오이소스 자가미구이정도로 번역이 될까?
오이소스는 나에게 식문화 충격이였다.
이 레스토랑은 우리의 연휴 최고 레스트랑으로 자리매김했고,
우리는 연휴 첫 날과 마지막날을 여기에서 식사했다.) 

동해근처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라면 해수욕 다음이, 독일 내륙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맛있는 바닷물고기 식사! 운좋게도 나는 여기에서 유럽최고의 해산물식당을 찾은 것 같다. 그리고 독일에서도 해산물이 맛있을 수 있다는 것을 독일생활 6년만에 알게되었으니! 역시 사람은 여기저기 다녀봐야 그 나라를 알아가는 듯 싶다.

(괴렌의 한 호텔은 약 6층 높이의 타워를 관광객들이 무료로 다녀갈 수있게 해준다.
석양과 시간이 맞았다.)



주변으로 하이킹/사이클링/증기 기관차 시승이 가능하기에 여러가지 활동을 선택해서 할 수 있는 뤼겐 섬. 역시나 유명한 여름휴양지다운 곳이란 생각이 드는 곳이다.

아마, 평소 여름이였다면 더 사람들이 붐비는 곳이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해안가에 못생긴 주차빌딩이 우리 때에는 텅텅 비여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 덕분에 아주 약간은 한적한 뤼겐을 만났던 것 아닐까-...

2020/03/07

1년 전, 일본을 떠나던 순간의 추억

일본에서의 6년의 시간을 2018년 말에 마무리 지었다.

어떤 일들이 있을지 짐작할 수 없었고, 무엇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알지도 못하던 갈등의 시간이였다.
생활의 질답은 커녕, 일에 대한 이야기 상대조차도 전무했다.
나름 박사과정도 독립적으로 했었지만, 일본에서의 시간은 독립적인 것을 떠나, 무인도 같은 생활이였으니.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살려고 버티던 곳이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그렇게 힘들던 곳에서 몇 명의 가까운 동료가 생겼고, 아주 약간의 친구가 생겼고,
점차 할 일이 늘어나선, 감당이 어려울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의 일 덕분에 지금까지도 계속 금성에 대한 일을 이어갈 수 있는 현실이 만들어지다니.

일본을 떠나기 전, '일본을 곧 떠나는데, 어떤 기분이야?'라는 질문을 종종 듣곤했다.
나의 대답은 항상 일관되었었다. '서운하거나 슬픈 것보다는, 복잡한 기분이야.'

어떤 단 하나의 느낌이 아니였다.
마음끓이던 갈등의 기억들이 아직 너무 생생해서 억울한 기분까지도 있었다.
가구들을 정리하며, 모았던 책들을 버리거나 도서관에 기부하고, 이삿짐 이외의 모든 것들을 쓰레기로 처리하던 - 모든 행위들이 마치 그동안 벌어졌던 마음의 상처들을 조금씩 다독이던 것 같았다.
6년간 지내던 작은 집을 깨끗하게 비우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난다.
큰 기분변화가 있던 것은 아니였는데, 사실 아주 약간은 후려했는지도 모른다.

일본의 공항을 나서며 2년의 기한이 남은 비자를 반납하던 것도 기억난다.
공항의 직원이 '아직 기한이 많이 남았는데요?'라는 말에, '이제 떠나서 필요없어요'라고 나도 모르게 참 기쁘게 말했었다.

그렇게 일본을 떠났다.
그리고 나는 다시 독일에 왔다.
옛날에 있던 곳은 아니고, 새로운 도시, 베를린에 왔다.

대전 생활 1년

14년의 해외생활을 마치고, 2022년 6월부터 대전의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대전에 도착한 한 달 동안은 마치 한국어를 사용하는 어떤 나라에 온 듯한 기분이였다.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벌써 1.5년이 지났다. 아직도 나는 대전이 낯설다. 이 낯설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