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20

[book] 요리 본능(원제:Catching fire: how cooking made us human)


사람의 생활에서 식생활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하루 세 끼에 간식과 야식을 사먹거나 만들어먹는다.
차를 끓여 마시고, 커피를 내려 마시고, 주 몇 차례 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
그리고 사람들은 어느 문화라고 한 들, '식사'라 하면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음식들을 떠올리게 된다.

점심으로 바로 금방 만들은 토마토 소스와 알텐데로 잘 삶아진 롱파스타면을 그릇에 옮겨놓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파스타에 파마산 치즈를 갈아서 뿌려보자.
혹은 저녁으로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멸치다시마로 국물을 우려낸 된장국과 불고기, 우렁조림, 계란찜 등 갖가지 반찬들을 차려놓았다고 해보자.

아~이런 따뜻한 음식이 주는 포만감에 우리는 무척 익숙해져 있다.
아마 여러 사람들 경험해봤을 것이다. 따뜻한 식사- 그것이 주는 포만감과 만족감은 우리가 생야채를 먹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따뜻한 요리는 앞서 말했듯, 어느 한 문화에 속한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지구상 어느 곳이듯,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생존방법"이다.

왜 '조리'를 '생존방법'이라 칭하느냐 묻는다면,
불을 이용한 조리는 우리의 소화기관 밖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일차적인 소화과정이기 때문이다.
가열을 함으로서 질긴 생고기와 딱딱한 야채들은 부드럽게 변한다.
생 야채 혹은 생 고기를 먹는 동물들과 비교할 때, 인간의 턱과 치아 그리고 소화기관들은 모두 턱없이 작은데, 이러한 작은 기관들은 사실 '조리된 음식'에 최적화 된 형태라 할 수 있다.
필요없이 수 시간 야채를 질겅질겅 앂을 필요도 없고, 생 고기를 뼈에서 뜯어내야 할 필요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부드럽게 조리된 음식을 먹기에는 필요없이 큰 소화기관은 유지를 위한 에너지만 낭비시킬 뿐이다.
그리고 더불어, 조리는 소화흡수율을 비약적으로 높여준다. 이는 곧 적은 양을 먹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가열 조리'를 인류진화사의 관점에서 풀어낸 요리본능이라는 책은 그 시작에서부터 흥미로울수밖에 없던 것은 아무래도 내가 모르던 요리에 대한 다른 관점을 열어주었기 때문인 듯 싶다.
지금까지 내가 요리를 문화적인 것으로 바라봐왔다면,
이 책의 관점은 '가열 조리'의 시작을 인류의 기원으로 보고 있다.
단, 이 책을 읽으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작가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라는 점이다. 인류의 진화의 모습과 발굴지에서의 불을 이용, 그리고 다양한 인류문화들을 비교하며 '~~ 렇지 않겠는가!'라는 추측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 나는 이 책의 관점에 대해 꽤 타당하다고 설득당해버렸다.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시나리오를 대략적으로 풀어보자면, 다음과 같다.
생명체라 하면, 일차적으로 에너지 공급이 안정적이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 효과적으로 생존율을 높인 개체가 어려운 환경에 닥쳐도 살아남게 되기에 진화사적인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에 대해 '가열조리'는 유인원에게 큰 변화 가능성을 제시하였을 것을 보고 있다. 가열조리가 소화를 쉽게 만들어주자, 크고 힘쌘 턱과 치아들은 필요없고, 소화기관들이 획기적으로 작아지고, 짧아졌다.
그 큰 소화기관의 유지 에너지가 잉여에너지가 되면서, 이는 곧 뇌의 발달을 야기했다 (뇌가 발전하면 사냥 성공률과 채집/수확량도 높아지니 생존율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불'을 항시 사용하면서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올 수 있었고,
짧아진 식사시간과 높은 소화율은 인류가 식사에 보내야 하는 시간을 거의 하루 전체에서 수 시간으로 줄여주었다.
그 덕분에 그 남는 시간동안 인류는 장거리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고 (사냥과 채집등을 위해), 이를 위한 긴 다리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가열 조리'는 이후, 인간의 여성/남성 성분업을 야기시키는데 이에 따라 곧 '결혼'이라는 문화적인 관습의 발전과도 이어지게 된다.
한 쌍을 이루어 한 측이 요리를 하는 동안 (연기 등으로 장소를 노출시키며, 무방비하게 된다), 다른 한 측은 요리하는 이와 조리음식을 다른 이로부터 지키게 된다.
허나 이것은 곧 불평등한 가중업무를 여성에게 지우는 결과를 야기했다.

다만, 소소하게나마 이 책이 부족한 점이라면,
원시인류의 '가열조리'에 대한 검증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조리 도구가 딱히 없었을 터이니, 뚜렷한 증거를 찾을 길이 막막하다.
한 편으로는 인류의 성분업이 정말 '요리'와 '보호'였을지 의문이 생긴다. 남성이 여성을 '식사'를 제공하는 노동력으로 '소유'하고자 한 것은 아닐지? 의아해지는 측면이라면 먹거리를 굳이 빼앗아 먹지 않아도 되는 풍족한 문화권(주로 열대지방)에서 조차도 여성이 조리를 주로 맡아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참고로, 음식을 함께 먹으면 '결혼'으로 치부하는 부족도 있고(성관계는 매우 자유로운 반면), 이성간에 음식을 권유하는 것을 '유혹'으로 볼 수 도 있다고 하니 - 혹시라도 매우 낯선 문화권에 간다면 잘 알아둬야 할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어떤 문화권이든, '식문화'는 첫번째로 잘 알고가야 하는 부분이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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