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5/01

나에게 필요한 것


한 지인은 포스트닥(Post-Doc) 4년차에 접어들어있다.
혈기왕성해서 연구도 체력관리도 그리고 축구경기도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2달 전, 첫 저자로 Nature physics에 자신의 논문을 실었다.
임팩트 팩터라고 논문경력을 표시하는데 중요한 지수가 있는데, 그것이 자그마치 18.967에 달한다. 일반적인 국제논문 5-7편은 갖고 있는 것과 동급의 실적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지인이 있다.
포스트닥 3년차에 접어들어있다. 정말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녀의 논문 실적이 많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ESA(유럽 우주항공국)가 지원하는 포스트닥 프로그램을 2년간 마친뒤, 이번에는 유럽우주과학 지원금(25명이 지원받음)을 2년간 받으며 파리에서 새로운 포스트닥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몇 일 전에 위의 소식들을 연달아 접하면서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었다.
'나는 지금의 이대로 괜찮은걸까....?'
새로운 주제의 연구를 시작하다보니, 기본적인 내용 공부에 쩔쩔매고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몇 일 전, 포스트닥프로그램에 지원서를 쓰면서,
너무 공간이 많이 남던 논문발표실적란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버린 듯 싶기도 하다.
아무리 새로운 박사라 어쩔 수 없는 것이라지만,
이 공간이 가득 찬 경력이 많은 사람과, 공란이 더 많은 사람 중 누가 더 다음의 일자리를 얻기 쉽겠는가?
'논문이 뭐가 중요해? - 스스로 아는 것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지.'
라는 나의 석사 때의 생각은 아무것도 모르던, 낭만만 따지던, 풋내기 같은 생각이였나보다.
이러한 위기감이 생겨난 또다른 이유라면, 이 곳에서 내가 발전하는 것인지,
퇴보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괴리에 빠졌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비교는 언제나 금물이다.
내가 필요한 것을 깨닫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매순간 열심히 하는 것 말고는-
사실 그 어떤 좋은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는 더욱 더,
잘 나가는 사람들을 분명히 수없이 많이 볼 수 있을 거다.
유명한 사람들도 분명 수없이 많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것에 스스로를 비교하기 보다는...
나의 길을 초연하게 걸을 수 있는 마음가짐을 더 가져야 할 것 같다.

댓글 2개:

  1. 그 마음 가짐을 나도 요새 다짐하는 중.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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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고마워요~
      오빠의 마음다짐도 응원할께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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