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3

세계 무역의 불평등 - '식량전쟁' (라즈 파텔 지음)

요즘 슈퍼에 가면 다른 나라의 제품과 식품들을 쉽게 살 수 있다. 중국산 수저부터, 미국산 밀가루, 뉴질랜드 산 소고기, 브라질 커피, 프랑스 와인 등등.
아주 저렴한 물건들부터, 고가의 특산품들까지.

그러나 해외에 자주 다녀본 이들이라면 분명하게 아는 것이 있을 터이다.
'현지의 특산품'이 수입된 내 집 근처의 대형 마트에서의 물품보다 저렴하고
농수산물의 경우에는 높은 품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세금, 운송비, 인건비 등을 거론하겠지만,
사실 우리가 보는 가격의 차액은 그것을 공급하는 대형기업들이 수익으로 거두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식량전쟁'이라는 책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세계무역'의 비정상적인 형태를 도표와 여러 예들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농민들은 세계 도처에서 상품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그러한 삼품을 소비하는 우리 일반 사람들 역시 세계 도처에 존재한다.
'세계자유무역'이라는 이름은 이러한 공급과 수요를 맞춰줄 효율적인 해결책인양  정부에서는 말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농민들을 쥐어짜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말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농민들에게 물품을 사서 가공/운반하여 슈퍼의 가판대에 놓이는 과정은 대규모의 필요성으로 인해 세계적인 규모의 몇 몇 대기업에 의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이상학적일 정도로 극심한 이 병목현상은 이 책을 보기 전까지 나는 전혀 모르던 사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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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반/가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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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자)                              (소비자)
이 정도 되는 셈인건가.

농민들이 수출을 위해 이 몇 안되는 대기업에 세계적인 다른 생산국들과도 경쟁해서 선택되어야 하다보니,
발생하는 부작용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투자비 겨우 될 정도로 단가를 낮춰야한다.
이를 위해 이는 곧 농약/비료의 남발을 해야하고,
한 해 농사를 망치기라도 하면 이들에게 부채는 산처럼 쌓여 자살에 이르기까지도 한다.
높은 농민의 자살률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놀랍게도 세계적으로도 중소규모 농가들의 공통점이 되었다.
대기업들의 횡포는 사실 이 점에 착안했다.
높은 생산량을 근거로,
농민들에게 자회사의 농약/비료, 그리고 심지어는 종자까지 세트로 판매를 유도한다.
이는 곧 세계 곳곳의 다양한 식생을 파괴하고 단일종이 세계에 퍼지게 만들고 있다.이미 미국에서는 콩의 단일화가 심각할정도로 진행되고 있고, 이는 다른 나라로도 급속히 퍼지고 있다. 그곳의 환경에 맞춰 다양성으로 진화를 해오는 생태계에 인간이 확실하게 영향을 끼치기에 이르는 셈이다.
그리고 우리는 흔히 아마존의 눈물, 혹은 열대우림 파괴에 브라질의 무분별한 자연파괴를 탓하지만...
그 근원에는 화전을 일구며 열대우림을 파괴해서, 낮은 단가의 콩을 생산해야
저렴한 콩을 사들이는 세계기업과 그들의 요구에 맞춰야 살아남는 농민이라는 약자가 있을 뿐이다.
우리가 열대우림을 파괴하는 무분별한 개발을 탓하면서, 각종 콩가공품을 만들어내는 대기업 제품을 사는 것이 얼마나 앞뒤 안맞는 행동이란 말인지..

'식량전쟁' 안에서는 스타벅스, 네슬레, 맥도날드, 월마트 등을 거론한다만, 비단 이들에 불과한 일이 아님은 자명하다.
세계기업으로 자부하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공통된 점에 해당한다.
더불어 이러한 대기업들이 말하는 유기농은 사실 눈가리고 아웅일 뿐, 세계자유무역은 진정한 유기농을 만들어낼 수 없는 구조이기에 가능할 수가 없다.

우리가 슈퍼에서 보는 저렴한
세계 다른 곳의 농산물, 수입 가공품 속에는
그 지역의 자연파괴와 농부들의 피땀이 배여있고, 이를 마치 현대사회의 특권으로 포장하는 대이기업의 농락이 어우러져 있는 셈이다.

세계자유무역이 일반화되어가는 이 시점, 우리는 충분한 고심이 필요할 터이다.

왜 세계에는 어느 한 쪽은 고도 비만으로 고심하고, 어느 한 쪽은 기아로 고통을 받는가?
그리고 왜 세계적으로 농민들은 '세계자유무역 협정'에 목숨을 걸고 반대하는가?
우리는 '이경해'씨라고 세계무역기구 회의장 앞에서 자살을 선택한 이를 알고있는가?
대형 마트의 싼 제품이 정말 우리를 위한 것일까? 정당한 가격이란 무엇일까?

물론 재래시장 토산품이라고 해서 환경친화적이란 의미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당장 무엇을 뚜렷히 할 수 있는지도 불명확하다.
다만 내가 이 책을 보며 확실하게 깨닫게 된 것은,
내가 사는 이 제품, 이 가공품이 정당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는 필요성이다.
대기업의 가공농산물보다는 재래시장의 토산품을 구입해서 지역경제를 지원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무역거래품을 사거나,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대형 슈퍼마켓의 산지 불분명한 벌크 가공품은 가능하면 지양하는 것이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싶어진다.

옛날에 비싸던 것이 세계무역으로 갑자기 싸진 것-
그것은 사실 인류사적으로 좋은 점이 결코 아니다.
대기업이 배를 불릴 수록, 전세계적인 부의 불균등이나 환경파괴, 생태계파괴는 급속으로 가속될 뿐이다.

댓글 2개:

  1. june.. 비슷한 맥락의 문제들이 여러개있지만서도.. 나도 결국 나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동참하고 있다는건 거부할수 없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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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답글
    1. 현재로서는 딱히 방법이 없지만, 뭔가 계기가 될만한 것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어려운 문제니까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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