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4

이걸 처세술이 늘어간다고 해야하나, 것과 속이 다르다고 해야 하나.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들을 접할수록 참 난감해지는 것이 있다.
내가 진짜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것을 예의상, 혹은 적당한 선을 긋는 차원에서  '괜찮다'고 말해야할지, 아니면 별 상관없는 것들이니까, '좋다'고 말해야 할지.... 정말 난감해지는 질문을 받을 때가 아닐까?
어리던 나는, 내가 정말 좋아하든 아니든, 상대의 호의 자체가 고마워서 '좋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아무래도 적당히 '아는 사람'으로 상대를 대하는 방법을 배워버렸는지-
호의가 없었음에도 '좋다'고 말하고 있다.
아, 나, 스스로 좀 짜증난다.

#1.
학회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곳에서의 생활이 어때?'라고 물어보는데,
나는 솔직히 일하는 환경에 있어서 점차 불만이 쌓여가고 있는 중이다.
왜 세미나를 영어로 안하는지?(아.. 이거 정말 중요한데...ㅠ.ㅠ)
왜 처음부터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않는건지?


그런데, 이런 말을 학회에서 만난 사람에게 할 수도 없고....
(겨우 안면있는 사람에게 내가 왜 나의 직장을 나쁘게 이야기해?)
나는 그냥 '새로운 경험이라 좋고, 사람들이 매우 친절하다'고 말하며, 정작 '일하는 환경'은 적당히 피하게 된다.

#2.
이탈리아 학회의 비서님. 활짝활짝 웃지만, 업무처리 왕 느리고 (두 달 전, 보낸 정보에 대해, 이제서야 다른 결제가능 정보를 보내달라고 하고), 영수증받으러 늦게 왔다는 이유로 나에게 짜증을 부린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그러냐고, 내가 계속 문제를 만들어 미안하다. 어쨌든 학회가 무척 좋았었다. 좋은 학회 마련하느라 수고가 많으셨다'고 말했다.

나는 사실 기분이 정말 많이 나빠졌다.
영수증 그까짓거 안받아도 그만이니, 관둬버리라고 확 말해버리고 싶었다.
그런데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온다.
스스로 분이 났다가, 기분 나쁜 티 내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마무리 지었다.
내가 여기에서 화를 내봤자-라고 한숨쉬며 돌아갔다.

#3.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
오늘날 과학은 '인맥'이 중요하니까,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이라면, 이제 조금씩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약간의 사람들에게 인사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지 친한 사람이 아닌데도-
무척 친근감있게 이야기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일본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당부까지 한다. 그리곤 정작 연락처는 알려주지 않는 자신. 뭔가 괴리감이 느껴진다.
일로서 만나는 사람들이니까-라고 생각해야 하는걸까?

댓글 2개:

  1.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살고 있을걸?

    그래서 어른이 된 후에는 친구를 사귀기가 힘든것 같아..ㅎㅎ

    "페르소나"라고 하는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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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 아직, 사교능력이 그다지 향상되지는 않은 것 같아.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능력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또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듯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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